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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우려 속 수능 시작… “담담하게 치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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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우려 속 수능 시작… “담담하게 치러야죠”

입력
2017.11.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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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선린인터넷고에서 후배들이 현수막을 들고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선린인터넷고에서 후배들이 현수막을 들고 수험생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작된 23일 오전 전국 고사장은 긴장된 마음으로 수능을 맞이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이들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는 교사, 후배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 등 고사장은 동이 트기 전부터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교사, 후배 100여명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약한 눈ㆍ비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수능대박’ ‘꿈은 이루어진다’ 등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나온 이들은 수험생이 보일 때마다 “힘내세요 선배님” “떨지 마세요”를 외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북과 소고 등으로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비타민, 초콜릿, 핫팩 등이 들어있는 꾸러미를 수험생에게 일일이 건네는 모습도 보였다. 응원나온 선광여고 2학년생 이수정(17) 양은 “지진으로 수능이 미뤄져 우리(2학년)도 많이 놀랐는데, 선배님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마음이 쓰인다”면서도 “그래도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선린인터넷고 교문 앞에서 홀로 학생들을 맞이하며 가벼운 포옹으로 격려의 마음을 전하던 한 서울예고 고3 담임 교사는 “오전 7시에 나와서 학생들을 맞고 있다”며 “연기된 날짜만큼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전 7시 30분이 되자 양손에 도시락 가방과 담요, 방석 등이 든 쇼핑백을 든 수험생들이 속속 교문 안으로 들어섰다. 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음에도 수험생들은 오히려 “담담하게 임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재수생 고명지(19)씨는 “수능 연기로 긴장된 마음을 달래며 휴식도 취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컨디션 조절도 했다”고 말했다. 이화여고에 재학 중인 곽정인(18) 양은 “사회탐구영역을 보충하며 일주일을 보냈다”고 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 출근 전 양복차림으로 딸을 배웅하러 온 장모(48)씨는 “쌍둥이가 고3이라 아이엄마는 성동글로벌고로, 나는 여기(선린인터넷고)로 왔다”며 “수능 연기로 컨디션이 망가지면 어쩌나 싶었는데, 의외로 두 아이 모두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다행이었다”고 했다. 성규일(53)씨는 “아이는 의외로 빠르게 상황을 받아들였는데, 우리는 혹시나 수능이 또 미뤄질까 뉴스를 계속 봤다”고 말했다.

여진 우려가 있는 만큼, 고사장 내부 곳곳에는 ‘수능 지진 대처 단계별 행동 요령’이 게시됐고, 같은 내용의 안내방송도 송출됐다. 각 학교에는 경찰과 함께 소방인력도 배치돼 지진 및 화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병희(42) 선린인터넷고 부장은 “지진 등 유사시 개별 교사가 자체 판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학교 총책임자인 교장선생님 지시에 따라 행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능이 시작된 뒤에도 일부 학부모는 발걸음을 차마 떼지 못했다. 입실이 모두 끝난 오전8시 30분에도 동성고 교문 앞에 서 있던 학부모 정나리(50)씨는 “아들이 지난주 수요일(당초 수능예정일 전날) 뉴스에서 수능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을 못하더라. 그 뒤로 많이 힘들어하고 집중도 잘 못했다”며 “수능 시험을 보는 내내 집에 가지 않고 이 근처에 대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ㆍ사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선린인터넷고 내부에 '지진 대처 단계별 행동요령'이라는 제목의 공지문이 배치돼 있다. 신은별 기자
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선린인터넷고 내부에 '지진 대처 단계별 행동요령'이라는 제목의 공지문이 배치돼 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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