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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 휩쓴 주부 폰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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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동 휩쓴 주부 폰지사기

입력
2018.05.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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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투어에 다니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를 통해 100만원짜리 상품권을 78만원에 사서 상품권거래업체에 내다 팔면 14만원을 거저 얻을 수 있어요.”

서울 양천구의 평범한 가정주부 손모(35)씨가 친구와 친인척에게 상품권 재테크를 처음 권한 건 2013년 2월이었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함께 지냈고, 학창시절도 함께 보낸 터라 손씨를 잘 아는 지인들은 큰 의심 없이 투자에 동참했다.

초반에 손씨는 원금을 받아 일주일 뒤 차액을 붙여 주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았다. 손씨는 “상품권 3, 4장만 사서 되팔아도 수십 만원이 거저 생기니 투자를 해보라”고 지인들에게 권유했다. 일주일 만에 정말 배당금조로 14만원이 투자자들 은행 계좌에 들어오자, 신월동 일대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투자자가 계속 투자할 의사를 보이면, 손씨는 “어차피 재투자할 거면 원금은 그대로 두고 매주 돌려서 이익금만 보내주겠다”고 원금을 내주지 않았다. 손씨는 이렇게 받은 돈을 다른 피해자에게 배당금으로 돌리는, 폰지 사기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자 B씨에 따르면, 손씨의 사기 행각은 남편과 어머니, 친구, 산후조리원 동기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계속됐다. 손씨는 산후조리 중 조리원 동기들에게까지 상품권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올해 1월부터 78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이익금 140만원이 계좌에 찍히자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서까지 투자원금을 불렸다”고 했다. 손씨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기 전까지 B씨는 3억원을 벌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원금 상환이 늦어지면서 의심하는 투자자가 생기자 손씨는 초조해졌다. 손씨는 두 개의 휴대폰 번호를 사용해 가상의 A투어 직원 친구와의 대화 화면을 조작해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실제로 가지 않았으면서 상품권거래업체에 갔지만, 문을 닫아 상품권을 되팔지 못한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손씨의 계속되는 거짓말에 의심을 품은 피해자 5명이 지난 16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신월동 일대를 휩쓴 손씨의 사기극은 막을 내렸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013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상품권을 싼값에 구매해 되팔면 고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속여 거액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로 손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현재까지 고소를 제기한 피해자는 12명으로 이들이 손씨에게 장기간에 걸쳐 송금한 원금은 239억원에 이른다. 다만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돌려 막는 폰지 사기의 특성상, 실제로 투자자들이 받지 못한 피해 원금은 14억원 상당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손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와 카드대금 결제를 위해 시작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손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이 얼마인지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피의자의 금융계좌 내역 분석을 통해 추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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