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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한 신사견의 ‘특별한 하루’

입력
2017.02.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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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100. 혼종견 두 살 도원이

도원이를 만난 건 2년 전 가을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단지 내였습니다. 검정색 목줄과 비닐로 된 하늘색 끈이 잘린 채 단지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스스로 집에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나쳤는데 차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는 걸 보게 됐습니다. 주민들은 집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누가 선뜻 나서 구조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처음 본 개를 구조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요. 다행히도 다른 개 친구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강아지를 안고 있는 반려인에게 잠시만 서 있어 달라 부탁을 하고, 개를 안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도원’이와의 인연은 시작됐습니다.

열흘간 가족을 찾는 공고기간 동안 도원이를 찾는 가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원이를 맡았던 동물병원장은 도원이를 안락사 시킬 수 없었고, 이태원의 유기동물 보호 자원봉사단체인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이하 유행사)에 연락을 해 매주 서울 이태원 가족을 찾는 행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1년 반 전 도원이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따르며 애교 있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서열 본능이 있어서 자기보다 센 개들을 만나면 으르렁 거리기도 했었죠. 하지만 동물병원을 나와 위탁카페에서 지내면서, 매주 행사장에 나오면서 도원이는 든든한 맏형으로, 점잖은 유행사 ‘신사견’으로 변해갔습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사람에게 사랑 받을 지를 아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 보다 약한 개 친구들에게는 등을 내어주는 따뜻한 마음도 갖고 있죠. 그래서 천방지축 강아지 ‘올리’도 도원이 행동을 따라 하면서 도원이를 의지하고 있습니다.

도원이를 통해 유행사의 유기견 가족찾기 캠페인 현장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1년 반 이상 많은 유기견, 유기묘들이 새 가족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가족이 되어주세요’코너를 통해 소개됐던 땅콩이, 준수, 찐빵이 등도 지금 따뜻한 가정에서 잘 지내고 있지요.

하지만 유독 입양 대기 기간이 긴 개들이 있습니다. 도원이처럼 혼종견에 5㎏이 넘는 개들입니다. 웰시코기, 슈나우져 등도 7㎏가 넘는데 왜 유독 같은 체구의 혼종견에게는 “크다” “실내에선 못 키우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걸까요. 혼종견이나 품종견이나 사람에게 사랑 받을 권리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혼종견들이 똑똑하고, 건강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가 100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90여마리 이상의 개와 고양이가 소개되었고, 그 중 기쁘게도 가족을 찾은 사례도 많았습니다. 100회는 특별히 1년 반이 넘었는데도 입양을 가지 못한 도원이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하는 프로젝트로 꾸몄습니다. (사람이 정한 거긴 하지만) 도원이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루 동안 그 리스트를 수행하도록 했는데요. 반려견 카페도 가보고, 유명 반려견 미용실에 가서 털깎이도 마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유행사 활동가의 배려로 따뜻한 집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도원이는 하루 종일 영상을 찍으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낯선 곳들을 잇따라 방문했는데요, 사람들의 노력을 알았을 까요. 처음에는 겁을 먹었지만 의젓하게 행동하고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것으로 답해주었습니다.

도원이가 올해는 집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혼종견이라고 8㎏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똑똑하고 다른 개들을 배려할 줄 아는 도원이와 평생 함께 할 가족을 찾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도원이의 특별한 하루 영상보기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유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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