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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레이더 방향 정탐… 방어시스템 무력화 ‘사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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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레이더 방향 정탐… 방어시스템 무력화 ‘사전 작업’

입력
2017.06.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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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일정 범위 전방만 탐지

120도 벗어난 각도에서

미사일 공격받으면 무용지물

침투 사례 부지기수 가능성

사드도 여러 차례 촬영하며

지속적으로 살펴봤을 수도

지난 9일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합참제공
지난 9일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합참제공

북한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배치한 경북 성주를 겨냥해 무인기를 띄운 것은 주한미군의 전략 군사시설인 사드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사전탐지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사드 체계의 핵심인 레이더의 배치 방향을 정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레이더망에 잡히기 어려운 북한 무인기가 성주를 포함한 남부 내륙지역까지 제집 드나들듯이 휘젓고 다닌 셈이어서 우리 군의 방어태세에 비상등이 커졌다.

지난 9일 강원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성주 사드 기지의 남북 수㎞ 반경에서 10여장의 사진을 찍고 북상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행 도중에 야산과 민가도 촬영했지만 어디까지나 핵심 표적은 사드였다. 저장장치에 거꾸로 된 U자 모양의 사드 부지와 발사대 사진이 담긴 점에 비춰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를 성주에 반입한 4월 26일 이후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사드 기지 정탐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레이더의 탐지 각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레이더는 120도 범위에서 전방 600~800㎞까지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사드 레이더가 어느 방향을 향해 있는지 파악해 120도를 벗어난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사드는 ‘눈 먼’ 요격체계가 되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13일 “사드의 핵심인 레이더의 위치와 방향은 비밀”이라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가 중동부전선의 최전방인 인제에서 발견된 점에 비춰 이 무인기는 인제 북쪽 지역의 군사분계선(MDL)을 뚫고 내려와 백두대간을 타고 남쪽으로 침투한 뒤 내륙인 성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4년 잇따라 발견된 무인기의 경우 북한은 서부전선의 개성과 백령도, 동부 전선의 평강에서 띄운 것으로 파악됐다. 전방지역 어느 곳에서든 무인기 침투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무인기가 성주를 찍고 다시 돌아올 정도의 성능이면 최소 600㎞ 가량 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능을 더 높일 경우 한반도 어디로든 무인기를 보낼 수 있는 셈이다. 북한은 무인기가 수백 ㎞를 비행하는 동안 침투경로에 위치한 우리 군의 방공망을 유린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추락 무인기에 내장된 사진을 통해서야 북한 무인기의 작전 범위를 확인했지만, 군이 파악하지 못한 무인기 침투 사례는 부지기수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8일 위성사진이라고 주장하며 사드 발사대가 배치된 성주 골프장의 항공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북한은 위성을 성공적으로 띄운 전례가 없고, 구글 어스가 제공한 성주 골프장 일대 위성사진은 2015년 8월이 마지막이다. 북한이 인제 무인기에 앞서 이미 성주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여러 차례 사진 촬영을 하며 사드 발사대 및 레이더를 지속적으로 정탐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무인기는 군용이 아닌 상업용을 개조한 것이어서 실시간 사진전송 기능이 없다”고 말했다. 인제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을 북한이 지난달 공개했을 리 없다는 설명이다.

군 당국은 인제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은 250여장이고, 이중 10여장이 성주 골프장 사진이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모두 군사시설과 상관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인기가 고작 10여장의 사드 기지 사진만 건지기 위해 수백㎞를 날아왔다는 건 비효율적이다. 다른 사진에는 어떤 장면이 담겼는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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