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그렇구나! 생생과학] 수소차 속에 숨은 과학

입력
2018.06.16 10:00
0 0

현대자동차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이다.

친환경차 대명사로 알려진 전기차는 가동하려면 결국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가 필요해, 엄격한 기준에선 친환경차로 보기 힘들다. 반면 수소차는 전기모터로 구동하지만, 수소를 태워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배출가스는 물(수증기)만 발생한다.

수소차는 유해 배기가스를 배출 안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운행할수록 공기가 깨끗해진다. 올해 초 한층 개량된 수소차 넥쏘를 내놓은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와 결합할 산소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공기는 이물질 없이 깨끗해야 하기 때문에 넥쏘에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고성능 필터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며 “넥쏘 1,000대가 운행하면 6만 그루 나무만큼 공기 정화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궁극의 친환경차 수소차에 숨은 과학원리에 대해 살펴본다. 넥쏘를 비롯한 대부분 수소차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지만, 구동은 전기차와 동일하게 배터리에 의지한다. 연료통 대신 수소통이 필요하고,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가 차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ㆍ매연이 거의 없고, 운행비용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가솔린차와 비교해 저렴하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가장 큰 차이는 사용하는 전지의 구조다. 전기차에는 전기를 공급해 충전하는 이차전지가 쓰이지만, 수소차에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연료전지가 쓰인다.

기존의 가솔린 엔진 차가 휘발유를 태울 때 화학에너지가 방출되며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것과 원리는 같다. 하지만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화학에너지를 열이 아니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사용하며 그 핵심 장치가 바로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두 개의 전극과 그 사이에 수소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 막으로 구성된다. 한 전극에는 수소를, 다른 전극에는 산소를 각각 공급한다. 수소 측 전극에서는 수소분자가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리되고, 수소이온은 전해질 속으로 이동해 산소 측 전극으로 전달된다. 산소 측 전극에서는 수소이온과 산소가 결합하면서 물이 생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두 전극 사이에 약 0.7 볼트(V)의 전압이 발생한다. 수소의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된 것이다. 이를 여러 개의 직렬로 연결하면 원하는 전압을 만들 수 있다. 수소차 동력원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연료전지의 성능은 수소 분자를 이온 상태로 분해하고, 분해된 수소이온을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반응을 촉진하는 게 촉매제로 현재까지는 백금이 가장 합리적인 물질로 꼽힌다. 수소차 한 대당 백금이 70g이나 필요해 수소차 값이 비싸지는 요인 중 하나다. 업체들이 고가의 백금을 대체할 효율적이고 저렴한 촉매 물질을 개발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소차는 수소만 공급하면 연료전지를 재충전할 수 있어 충전 시간이 2, 3분에 불과하다. 급속충전을 해도 1시간가량 소요되는 전기차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한 번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500~700㎞로 전기차의 2배 가량 길다.

다만 연료로 쓰이는 수소가 폭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 설치와 확대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소의 폭발 위험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말한다. 수소가 공기 중에서 폭발하려면 수소 농도가 4~75% 범위에 들어야 한다. 또 가장 강력한 폭발은 그 농도가 28%일 때다. 하지만 수소차에 설치된 탱크에서 수소가 빠져나오는 순간의 수소 농도는 75%를 넘어서고, 수소의 강력한 확산성으로 인해 금세 농도가 4% 미만으로 떨어져 폭발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생산되는 수소차는 차량 화재 등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가능성도 차단한다. 넥쏘의 경우 수소저장탱크를 철보다 강도가 10배 이상 높은 고강도 탄소섬유를 포함한 3겹의 층으로 제작해 수심 7,000m 고압에서도 견디도록 했다. 또 불길을 감지하면 안전밸브가 작동하도록 해, 2, 3분 내로 수소를 모조리 배출하도록 했다.

넥쏘가 자랑하는 것은 탁월한 공기정화 능력이다. 가동 시 시커멓게 오염된 공기를 흡수하더라도, 배기구로 배출할 때 투명하게 정화하는 효과까지 낼 정도로 기술적 발전이 이뤄졌다. 수소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선 청정 공기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유입된 바깥 공기 속 초미세먼지(PM2.5)는 공기필터(먼지ㆍ화학물질 포집)가 97% 이상 거른 후, 두 번째로 ‘막 가습기(가습막을 통한 건조공기 가습)’에 의해 추가로 초미세먼지를 제거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연료전지 내부 탄소섬유 종이로 된 기체확산층(공기를 연료전지 셀에 골고루 확산시키는 장치)에서 초미세먼지의 99.9% 이상을 거르도록 하는 총 3단계 시스템을 사용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를 1시간 운행하는 동안 공기가 총 26.9㎏ 정화된다. 성인(체중 64㎏ 기준) 42.6명이 1시간 동안 호흡하는 양이다. 넥쏘 10만대가 승용차의 하루 평균 운행시간인 2시간을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성인 35만5,000여명이 24시간 동안 마실 공기, 845만명이 1시간 호흡할 수 있는 공기를 정화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수소차는 아직 대기 오염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완벽한 친환경차는 아니다. 연료인 수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발생을 피하기 힘들다. 전기차나 내연기관차보다는 탁월한 친환경차인 것은 분명하지만, 공해 제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