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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나의 분신이자 창조물 "똥을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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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나의 분신이자 창조물 "똥을 말하자"

입력
2007.05.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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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조간 신문에 이런 주제를 올린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독자의 상쾌한 아침을 속된 말로 ‘구리게’ 만들 수 있다는 염려였습니다. 용기를 낸 건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한마디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세상으로부터) 배우면서 세상에는 똥 한 덩어리도 베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 주제에 대한 다양한 언급들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 똥은 개도 안 쳐다본다’에서부터 ‘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까지. 이런 표현도 있지요. ‘꿈 중에 으뜸은 똥칠하는 꿈’이라거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를 부르는 ‘아이고, 우리 똥강아지들’.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얼마 전 작고한 권정생 선생의 동화 <강아지똥>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서 예쁜 꽃을 피게 하는 것은 바로 네가 하는 거야.”

강아지똥은 가슴이 울렁거려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벅차 오르는 기쁨에 그만 민들레 싹을 꼬옥 껴안아 버렸습니다….’

자기 한 몸을 썩혀서 꽃을 피우는 존재. 늘 우리 주변에 있으나 언제나 외면당하는 똥의 재발견이 이번 주 프리의 주제입니다.

■ 똥의 신상명세

△ 형태: 일명 '바나나형'이 대부분이나 몽글몽글 작은 것부터 물과 같은 것까지

△ 무게: 대략 100~200g. 채식을 많이 할수록 양이 많아짐. 일인당 200g으로 계산해서 62억 인구가 하루 평균 생산하는 양은 124만톤. 부피가 대략 533만㎥인 63빌딩을 단 4일만에 가득 채울 수 있다.

△ 색깔: 흰색, 노란색, 빨간색, 갈색, 검은색 등 다양

△ 성분: 수분과 섬유질 찌꺼기, 지방분, 염분, 소화관 내부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 엄청난 양의 박테리아(배설물 부피의 약 30~80%) 등. 수분 함량은 건강한 성인은 보통 80%, 극심한 변비환자는 50% 이하, 설사는 90% 이상

△ 생산빈도: 일일 1회가 보통. 환자는 일일 수회에서 1주 또는 10일에 1번도

△ 생산기간: 음식을 먹은 후 10~12시간. 짧으면 설사, 3~4일이 넘어가면 변비

△ 보통 사람이 평생 만들어내는 길이: 수명을 70살로 볼 때 5톤 정도. 지름 3cm로 가정하면 약 7km로 여의도공원 산책로를 두 번 감을 수 있는 길이

△ 최고가격: 커피 원두를 먹은 긴꼬리사향고양이의 똥. 450g당 300달러. 이 고양이에게 커피 원두를 먹이면 똥으로 그냥 배출되는 데 이 원두에는 긴꼬리사향고양이 특유의 체취가 가미돼 황홀한 커피향을 낸다고.

△ 식용의 역사: 19세기 초 프랑스의 유명한 약사 뷜리옹 라그랑은 암소똥을 '오드비(증류주)'에 섞어서 만든 반주로 명성. 1964년 독일 하노버에 살던 한 부인은 "본래 요리라는 것은 종종 똥에 가깝다… 순대 소시지 그것들도 똥 주머니에 든 스튜 요리가 아니더냐"며 똥 먹는 데 비판 일색인 사람들에게 일침

△ 화장 수단: 이집트의 최고 미녀들은 도마뱀 똥을 보습제로 사용했고, 로마 여인들은 싱싱하고 발그스레한 피부색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황소 똥이나 악어 똥을 사용했다. 일본 게이샤들은 얼굴을 하얗게 칠하기 위해 종달새 똥을 갈아서 만든 화장분을 발랐다.

△ 첩보전의 주역: 2차 대전 중 미군 첩보대는 태평양의 과달카날섬을 점령하고 있던 일본 군대의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일본군 간이 화장실에서 수집한 배설물의 총량을 측정. 일본 군대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 미군은 병사 일인당 최대 배설량을 100g으로 계산해 병력을 추산. 미군은 1942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계속된 전쟁에 상당한 규모의 군대를 투입했지만 예상의 4분의 1밖에 안되는 적군을 상대로 승전. 채식을 주로 한 일본군이 일인 평균 400g정도를 생산했던 것으로 추후 재확인.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똥' 캐릭터로 책으로… 왜 우리는 열광하는가

‘똥’. 인쇄매체에 오르내릴 때는 반드시 ‘X’라는 용어로 치환되어야 했던 금기(禁忌)의 단어. 그러나 오랜 관습과는 달리 똥은 어린아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주제이자 어른들에겐 건강과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최근 각광 받고있다. 무엇이 우리를 똥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먼저 서점을 들여다보자. 똥을 소재로 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특히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은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두 책 건너 하나 씩’ 배설물을 등장인물로 앞세운다. 어른을 위한 책들도 ‘똥’의 신상명세를 역사적으로, 혹은 사회문화적으로 해석해 보여준다.

캐릭터 업계에서도 돈벌이가 쏠쏠한 효자 품목의 소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배변과 관련된 건강정보를 손쉽게 풀어놓은 ‘똥 전시회’(2001년)가 열렸는가 하면 방귀를 형상화한 모델이 등장해 어린이를 이끄는 교육프로그램도 인기가 대단하다. 비데를 선전하는 TV광고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졌을 만큼 노골적이지만 요즘은 익살로 받아들여 진다.

독특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엽기몰에서는 행운똥, 개똥 모형, 똥 캐릭터 볼펜꽂이, 똥침 지시봉 등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사이트 운영자인 이정민씨는 “30대가 소비계층의 30%를 차지하는 등 똥 캐릭터 상품은 연령과 상관없이 널리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람들이 독특한 캐릭터에 몰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다름 아닌 웃음이다. 똥을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을 사람은 없지않나”고 덧붙였다.

파주 헤이리에 있는 쌈지의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는 주말 이면 하루평균 3,500여명이 찾는 주말 나들이 명소다.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똥을 형상화한 캐릭터 ‘똥치미’의 공간. 똥을 부여 안고 황홀해하는 ‘완소똥’(완전 소중한 똥) 캐릭터를 들여다 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윤아 쌈지 홍보실장은 “점잖은 대중 앞에 똥 이야기를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들려주는 상징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 같다”고 인기비결을 말한다.

도서시장에서 ‘똥’의 선전은 좀 더 구체적이다. 교보문고 홍보실 이우일씨는 “제목에 ‘똥’자가 들어가는 도서 83종의 판매량이 2005년 1만3,905권에서 2006년엔 2만2,062권에 달하는 등 독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며 “아동에게는 신체발달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어른에겐 90년대 이후 꾸준히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몸 철학에 대한 지적욕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결과”고 분석했다.

똥에 반응하는 대중의 태도가 이렇게 호의적인 이유는 의외로 분명하다. 어른은 똥을 형상화한 상품이나 서적을 접하면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고 아이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이서경 경희의료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프로이트가 말한 ‘항문기’에 해당하는 1~3세 어린이들은 배변 후 똥을 보고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무엇인가를 창조했다는 기분을 갖게 된다”며 “이렇게 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이 형성되고 자신이 결국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아이가 똥과 관련된 캐릭터나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발달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른은? 이 교수는 “성인이 똥, 엽기코드, 화장실유머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런 어린 시절의 창조적 해방감을 무의식적으로 되살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기성사회의 일원인 개인이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는 소재에 더욱 끌리는 반동(反動)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똥을 예찬했다네요

똥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아이템이다. ‘똥’ 소리만 들어도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고, 체면치레에 익숙한 어른도 입꼬리가 치켜 올라간다. “하루라도 똥 얘기를 안 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한국의 똥 박사 3인방에게 똥이란 어떤 의미일까?

중국 베이징올림픽에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을 제치고 100억원 규모의 이동식 화장실 공급계약을 따낸 이영호(46ㆍ㈜H&G) 사장에게 똥은 곧 인생이다.

화장실 실험을 위해 신선한 똥을 구하러 전국 방방곡곡을 2년 넘게 누빈 그는 “성공도 잘못 소화하면 설사가 되고, 실패도 잘만 소화하면 쾌변이 되는 게 인생의 이치”라며 똥에 빗댄 인생 철학을 피력했다. 가축의 똥 처리시설을 개발했고, 지금도 똥의 위생적 처리를 위해 20년 넘게 씨름하고 있는 박완철(52)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기술연구단 책임연구원은 똥의 미래가치에 대해 논한다.

과거에는 전염병의 온상으로 기피 대상이었던 똥이 농경사회에서 작물을 키우는 비료로 쓰이다가 화학비료에 밀려 위생적 처리의 대상이 된 것이 현재까지의 역사다. 박 연구원은 똥이 멀지않은 미래에 대단한 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에서만 매일 960만kg씩 배출되는 똥을 모아 발전소를 돌리는 자원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공무원 재직시설 전국의 공공화장실을 쾌적하게 바꾸는 데 앞장섰던 심화식(52ㆍ주용환경컨설팅 대표)씨는 “배설은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다만 제대로 처리하는 게 최대의 관건”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심씨는 백두대간 살리기 사업에 퇴비를 이용하고, 농협에서 똥을 수거해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는 아이디어들도 내놓고 있다.

세계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문헌을 통해 되짚어봤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똥의 존재 이유를 높게 평가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나는 똥을 관찰하고 그것에 관해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 똥은 완전히 나의 일부이며, 그 농도, 향기, 형태는 나의 직업, 나의 삶의 방식에 상응한다”며 똥이 자신의 분신임을 강조했다.

순수이성비판으로 유명한 18세기 독일의 대표적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저서<기지의 혜안>에서 “내장 속에 우울한 바람이 일 때, 그 바람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래로 향하면 방귀가 되고, 위로 향하면 성스러운 영감이나 계시가 된다”고 말했다. 사변적인 형이상학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대 철학자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똥을 사용한 셈이다.

<똥오줌의 역사>라는 책을 펴낸 프랑스 작가 마르탱 모네스티에는 “똥오줌 이야기를 경멸하는 것은 여자를 경멸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려는 경우와 같다”고 말했다. 이 진지한 주제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이보다 더 잘 꼬집을 수 있을까 싶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똥에 대한 잘못된 상식

변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숙변’(宿便)이다. 문자 그대로 풀면 장 속에 오래 머물러 있는 대변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서양의학은 물론 한의학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용어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일본의 단식위주 민간요법에서 유래한 단어라는 것. 그렇다면 숙변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서양의학에서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변에 들어 있는 독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것이 자연건강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숙변의 위험성으로 과도 포장됐다는 것이 의학계의 주장이다. 대장과 소장을 실제로 살펴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지금, 의사들은 아무리 살펴 봐도 ‘대장이나 소장에 끼어 있는 숙변’은 없다고 말한다.

장 점막은 미끈미끈한 점액질이라는 물질을 계속 분비하기 때문에 장 점막의 융모 사이에 대변이 눌러 붙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또 장을 수술로 잘라내 관찰한 경우에도 대변은 관찰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장청소 역시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장청소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는 독소 제거 효과가 아닌 변비 증상의 완화 정도다.

●단식 중에도 일을 본다?

‘숙변이 모든 질병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단식을 해도 대변을 보는 것을 숙변이 존재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숙변이 아닌 소화액과 소장상피세포라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위장관 소화선에서 나오는 분비액은 담즙과 장액을 비롯해 하루 6~8ℓ에 이른다. 또 소장상피세포는 약 3일마다 교체돼 탈락된다. 결국 단식시의 대변은 분비액이나 탈락된 소장상피세포 등이 뭉쳐서 배출된 것이다.

●구불구불한 대장 주름 사이에 낀다?

대장의 구불구불한 주름 사이에 변이 끼어 숙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대장의 형태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다. 대장을 표현할 때 대체로 주름이 풍부한 모습으로 설명하지만 이는 정지사진을 볼 때의 경우이며 대장은 쉴새 없이 연동운동을 하고 있어 숙변이 낄만한 공간이 없다.

●숙변제거제를 먹으면 엄청난 양의 숙변이 나온다?

식이섬유로 된 ‘숙변제거제’를 먹었을 때 나오는 많은 양의 대변을 숙변의 근거로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다시마환 등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숙변제거제가 몸 속에서 수분을 흡수해 양이 늘어나는 것뿐이다.

●변의 독성이 해가 된다?

건강한 사람은 신장과 간을 통해 독소를 충분히 분해해 배설하므로 문제가 안된다. 흔히 숙변을 제거한다며 정기적으로 장청소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장세척은 대장의 연동운동을 높여 정상적인 배변을 돕는다. 하지만 장세척을 자주 하거나 관장을 하면 변이 대장 종말부에 찾을 때 스스로 배출하는 인체의 배출반사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도움말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김소연기자

■ 댁의 똥은 안녕하십니까?

“아유, 황금똥을 예쁘게 누셨네. 요놈 건강하구나.” 냄새가 풀풀 나는 똥이 뭐 그리 좋은지 할머니는 손자의 똥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만면에 흡족한 웃음을 담는다. 오늘 아침에도 화장실에 다녀온 당신, 당신의 똥은 누가 봐 줄 것인가. 스스로 건강을 챙기듯 아침마다 변을 확인하는 것은 건강생활의 기본이다. 건강 상태를 말없이 몸으로, 체취로 표현하는 고마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일을 치른 뒤에는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갖자. 더럽다 찌푸리지 말라. 그것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몸의 일부’였다.

●최고의 똥은 이렇다

한국 성인에 있어서 가장 건강한 상태의 변은 ‘바나나 모양에 황갈색, 적당하게 끊어지는 무르기, 퐁당 하고 가라앉으며, 양은 100~200g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보통 크기의 바나나 1개가 100g 정도니 바나나 한두 개 정도면 만족스럽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는 식이섬유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식이섬유는 소화액에도 녹지 않고 장으로 내려가 장 안에 불필요하게 남아있는 지방과 독소를 흡수해 배출한다. 따라서 식이섬유가 풍부하면 멋진 작품이 나온다. 색깔은 황갈색이 좋은데 담즙이 잘 혼합되면 이런 빛을 띤다.

작품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장기는 대장이다. 대장에는 100조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산다. 무게로 따지면 1.5kg이나 되는 세균들이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하는 최종 공정을 맡는다. 대략 500에서 1,000종의 세균이 사는데 유익균인 유산균 비피더스균, 유해균인 대장균 웰슈균이 대표적이다. 이들 균종이 30:40:20:10(유산균:비피더스균:대장균:웰슈군) 정도로 균형을 이루면 ‘대장의 황금비율’이라고 할만하다.

●색깔로 판단하는 건강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은 “아기가 노란색 대변을 매일 잘 보면 ‘황금똥’이라 하여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우유나 모유만을 먹을 때는 이것이 정답이지만 채소 과일 잡곡 고기 생선 등을 먹기 시작하면 성분에 따라 색깔이 바뀌기 때문에 성인의 경우 황금색이 건강을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검은색

짜장 소스처럼 질퍽거리면서 검은 것은 상부위장관, 즉 위나 십이지장에 출혈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위산과 흘러나온 피가 만나서 까맣게 색이 변하기 때문이다. 변비가 있거나 수분이 부족하면 토끼똥같이 딱딱하고 까만 똥을 눌 수도 있다.

▲붉은색

대변에 피가 직접 섞여 나오는 출혈은 심한 상부위장관 출혈이거나 소장이나 대장의 출혈일 수도 있다. 대장은 암인 경우가 많고, 소장은 혈관이 터진 것이기 쉽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수렴제 ‘키노’도 강렬한 붉은색 똥을 만들 수 있으므로 12시간 전 무엇을 먹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회백색

색깔이 거의 없이 회백색으로 나오는 것은 건강의 적신호다. 담도가 꽉 막히면 담즙이 변을 통해 배설되지 않아 고유의 색을 잃고 회백색이 된다. 다르게 말하면 회백색은 담도를 막는 돌이나, 담도암 담낭암 췌장암 등을 의심해보는 단서가 된다.

▲다양한 색상들

음식물 중 녹색 채소나 과일, 혹은 녹즙을 많이 먹으면 엽록소 때문에 변이 초록색으로 보인다. 특히 뽕잎은 초록색 변을 가장 잘 만드는 원료다. 보라색이 감도는 사탕무는 적갈색을, 프랑스 요리에 많이 쓰이는 향료인 사프란은 노란 똥을 만든다.

성인경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변의 모양이나 형태보다는 색깔을 유심히 봐야 한다”면서 “붉은색 검은색 회백색이거나 지방이 섞여 있으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냄새로 판단하는 건강

정상적인 냄새는 본인과 타인이 극도의 절제 없이도 참을 만하며, 그냥 ‘구리다’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썩은 냄새가 심하면 위장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소화가 덜 됐거나 유산균이 부족한지 의심해야 한다. 설사를 자주 하면 완전히 중화되지 않은 위산이 장으로 내려오거나 음식물이 대장에서 채 발효하기 전 배설되면서 시큼한 냄새를 풍길 수도 있다.

썩은 냄새가 심하거나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유산균과 비피더스균이 풍부한 유제품을 먹어 완화할 수 있다. 당뇨가 심한 환자는 똥에서 구린내와 함께 단내가 나기도 한다.

●형태로 판단하는 건강

이상적인 굳기는 국수를 뽑기 위해 만든 밀가루 반죽 정도의 무르기이다. 토끼똥같이 단단하면 식이섬유나 수분이 모자란 것이므로 이를 보충해줘야 한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변비증상도 나아진다. 반면 묽은 진흙같이 질퍽한 것은 상부위장관 출혈, 아주 묽고 양이 많은 것은 급성식중독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지방이 뭬?물에 뜨는 똥은 췌장이나 담낭의 소화기능이 떨어지면 나타난다. 살을 빼려고 지방흡수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이런 변을 본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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