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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또 빗나가도, 또 용역 받는 교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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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또 빗나가도, 또 용역 받는 교통연구원

입력
2017.07.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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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ㆍ용인경전철ㆍ신분당선 등

엉터리 예측이 파산ㆍ적자 사태 낳아

“사업추진 기관 입맛 맞추는 데 주력

잇딴 예측 실패 책임 물어야” 목소리

적자 누적으로 파산한 의정부경전철. 한국일보 자료사진
적자 누적으로 파산한 의정부경전철.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의정부시와 GS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004년 의정부경전철 건설비 총 5,470억원을 각각 48%와 52%씩 분담하기로 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교통연구원(KOTIㆍ당시 교통개발연구원)의 승객 수요예측 연구가 사업의 근거가 됐다. 당시 교통연구원은 “개통 첫해 1일 평균 10만여명 승객이 이용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 수요예측은 이후 7만9,000여명으로 낮춰졌다. 그러나 개통 첫해인 2012년 실제 1일 이용객은 예상치의 15%인 1만2,000여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의정부경전철의 누적 적자는 3,600억원까지 불어났고 결국 개통 5년만인 지난 5월 파산했다. 서울회생법원 21부(재판장 심태규)는 “의정부 경전철 운영사인 의정부경전철㈜의 자산 규모인 2,200억원에 비해 부채가 지나치게 많고 계속 운행할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당장 운행이 중단되진 않았지만 의정부 시민들은 빚더미 위에 앉게 됐다. 교통연구원의 ‘뻥튀기’ 승객 추정이 부른 대참사다.

민자철도사업에 대한 수요예측 연구를 도맡고 있는 교통연구원의 엉터리 승객 예측이 막대한 혈세 낭비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헛다리 수요 예측이 되풀이되고 있는 데도 교통연구원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여서 구상권 청구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교통연구원은 의정부경전철 사업 외에도 용인경전철과 부산김해경전철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민자철도사업에 대한 승객 수요예측 연구를 싹쓸이하고 있다. 국토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보니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교통연구원이 내놓은 수요예측은 결과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 크게 빗나갔다. 2013년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 사업 추진 당시 교통연구원은 개통 첫해 하루 평균 이용객 수를 16만여명으로 예측했다. 이는 경기도 산하 연구기관인 경기개발연구원이 내놓은 3만3,000명보다 무려 5배 가량 많은 규모였다. 실제 개통 첫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9,000명에 그쳤다. 용인경전철은 해마다 300억원 가량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과 김해를 오가는 부산김해경전철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교통연구원은 부산김해경전철 개통 첫해 하루 평균 승객을 17만명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이용객은 3만여명에 불과했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2011년 개통 후 지난해까지 모두 2,124억원을 이 경전철에 쏟아 부었다. 이런 추세라면 2041년까지 1조4,000억원 가량의 혈세를 추가 지원해야 한다.

인천공항철도 역시 교통연구원은 하루 평균 21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개통 후 2년 동안 2만명을 넘지 못했다. 2008~2015년 1조4,000억원의 적자를 메워야 했고, 2040년까지 예상되는 국비 투입 규모도 8조원이나 된다. 신분당선 역시 교통연구원의 수요 예측이 실제와 하루 평균 16만명이나 차이가 나면서 누적 손실이 3,732억원으로 불어 개통 5년만에 자본 잠식 상태다.

이처럼 교통연구원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데도 교통연구원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국토부 등의 교통 수요예측 용역을 계속 받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사업 타당성 조사와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민자철도사업의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데 교통연구원은 사업추진 기관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놓는 데만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예측이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 재정 손실이 클 경우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통연구원은 경전철 사업은 교통 관련 축적자료 부족과 착공이 늦어지며 수요예측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경전철 사업 연구는 대부분 1990년대 후반에 진행됐는데 당시에는 교통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했다“며 “10년 넘게 공사가 지연되고 해당 지자체에서 제공한 자료도 정확하지 않아 수요 예측이 빗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알려왔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엉터리 예측에도 또 용역받는 교통硏’ 기사와 관련, 의정부ㆍ부산김해경전철 민자사업의 최종 수요 예측은 다른 기관이 수행했다고 알려 왔습니다. 신분당선도 미개통구간을 포함한 총수요예측치를 제출한 것으로, 현 개통 구간의 이용객수와 비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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