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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장밋빛 전망의 공유경제, 그늘도 봐야

입력
2017.03.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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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불황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 탓에 유휴자원의 활용도를 높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공유경제가 화두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와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같은 기업의 급속한 성장에서 볼 수 있듯이,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에서 쓰고 남은 물건을 빌려주고 빌려 쓰는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유휴자원의 공급자와 사용자의 연결이 더욱 용이해진 환경과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공유경제의 성장을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공유경제는 개인 간의 거래를 넘어서서 기업 간 그리고 기업과 개인 간의 거래로 영역을 점점 확대해 가고 있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공유경제에 의해서 지난 산업사회에서의 소유 개념은 접속 개념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필요한 것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있느냐는 것보다 필요한 것을 빌려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접속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시장은 공유경제의 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유경제와 관련된 서비스모델의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공유경제와 관련된 신 사업자와 관련 서비스 시장의 기존 사업자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발전과 함께 우리가 앞으로 시장에서 경험해야 할 일들은 보다 광범위하다. 단지 신 서비스업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어 자율주행차 기반의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 우리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과 연관 산업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에 주목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공유되는 자율주행차 한 대는 열여섯 대의 자가용 승용차를 대체함으로써 자동차의 개인 소유와 생산량은 현격히 줄어들고, 현재 차량 대당 하루 평균 운영 시간은 50분에서 12시간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국제교통포럼의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지금은 자동차 운행 중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대부분의 책임을 지지만, 앞으로 자율주행차 기반의 차량공유 시대가 도래하면 완성차 제조업체와 자율주행차의 운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책임을 나누어 질 가능성이 높다.

도심의 교통량 감소로 근로자들의 이동 시간이 줄어들어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며, 주차공간에 대한 수요와 이산화탄소의 배출 감소로 보다 쾌적한 도심 환경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소유 감소로 인한 생산량 감소, 판매 이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 분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는 수익구조를 자동차의 판매가 아닌 자동차의 생명주기 관리로 바꾸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차량의 하루 평균 운행 시간이 늘어 나면서 단축되는 자동차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내구성 향상을 위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며, 차량 판매 이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성 향상을 위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업계의 변화는 완성차 업체를 가장 큰 고객으로 둔 철강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강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매출은 감소할 것이며, 자동차의 내구성과 안전성 향상을 위해 강판의 강도를 높이고 무게를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업계도 철강 업계도 악화되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로봇 기반의 공정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노력을 할 것이다. 공유경제의 장밋빛 전망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이 받을 타격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기반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기에 더욱 그렇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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