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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 아이돌 스타의 죽음

입력
2017.12.19 17:4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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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전공의도 특급 아이돌 앞에서는 명함을 못 내민다고 한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87.3시간이나 된다는 전공의보다 일을 더 많이 한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아이돌은 실제로 연습, 공연, 팬 미팅, 행사 참석, 녹음, 녹화, 촬영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는 춤 연습과 뮤직비디오 및 음반 재킷 촬영 등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다. 일주일에 여섯 시간을 채 못 잔다는 한 걸 그룹 멤버의 고백이 있을 정도다. 해외 진출이 잦아진 요즘은 소화해야 할 일정이 더 많아졌다.

▦ 수면 부족 등 육체적 피로 못지 않게 힘든 것이 정신적 스트레스다. 처음에는 경쟁을 뚫고 가수로서 이름을 떨쳐야 한다는 압박이 심하지만 어느 정도 알려진 뒤에는 인기를 이어 가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자신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건드리는 극성 팬도 난감한데 욕설과 저주를 담은 댓글이라도 읽으면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악플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소리를 지르며 한강을 달린다”고 한 것은 일종의 몸부림이다. 이렇게 아이돌은 화려함과 피곤함을 함께 지닌 이중적 존재다.

▦ 그룹 샤이니의 메인 보컬 종현이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27세. 외국에서도 사연이 만만치 않은 가수들이 그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지미 핸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스물일곱에 숨진 가수들을 ‘27클럽’이라 부른다. 종현은 지인인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공개한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며 우울증을 겪어 온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어떻게 얘기해도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한대로 날 판단한다”고 한 데서 더 잘 드러난다.

▦ 자존감 강한 종현이라면 자신의 실제 모습과 팬들이 기대하고 상상하는 모습 사이에서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냉정하게 본다면 그런 고민은 유명인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이름값일 수 있다. 그러나 또래의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오직 가수의 한길을 걷고자 나머지 세상을 포기하다시피 한 아이돌 가수라면 더 큰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종현의 죽음은 우울증에 걸린 한 젊은 가수의 안타까운 개인 사연이 아니라 아이돌 가수를 만들고 소비하는 문화에 대한 반성이 돼야 할 것 같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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