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10.18 19:00
수정 : 2017.10.18 22:05

[짜오! 베트남] 베트남 국민차 성공할까

<26> 2년 후 나올 '빈패스트' 벌써 인기 후끈

등록 : 2017.10.18 19:00
수정 : 2017.10.18 22:05

급성장하던 車 시장 판매량 급감

내년 아세안 관세 철폐에 더해

2년 후 나올 국산 기다림도 영향

공개 투표 디자인에 국민 호응

정부도 각종 세금감면 혜택 약속

애국심 밀어주지만 품질이 관건

베트남 빈그룹이 2019년 양산을 앞두고 양산차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일반적으로 극비에 부쳐져 개발되는 것과 달리 아예 예비 모델들의 디자인을 공개, 국민들이 디자인 선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양산까지는 2년이 남았지만 잠재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빈패스트 캡쳐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2013년 10만대에 불과하던 시장규모가 지난해 30만대를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폭풍 성장 하던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4월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30만4,427대를 판매한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다시 30만대 고지 아래로 내려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베트남 자동차생산자협회(VAMA)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판매대수는 2만1,216대로 전년 동기대비 20.1% 감소했다. 특히 승용차 판매실적(1만1,637대)은 무려 28.7%나 줄어들었다. 현지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내려도 판매가 줄고 있다”며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올해 장사 끝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쓰다의 경우 주력 모델 중 하나인 SUV 가격을 최근 열흘 사이 1억동(약 500만원)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신통찮은 상황이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판매 부진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메이드 인 베트남(Made in Vietnam)’ 자동차를 기다리는 수요의 증가. 자국산 자동차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이 지난달 ‘빈패스트(VINFAST)’라는 이름으로 자동차 제조업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자동차 기사에 댓글이 붙지 않기로 유명한 베트남이지만 최근 급증한 댓글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베트남에서도 자동차는 생산되지만 모두 외국 브랜드들이 반조립 상태로 들어와 조립된 것들이다. 지아 딘씨는 빈패스트 모델 출시 예고 소식에 “느낌이 좋다.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돼 빈그룹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고, 두 응우옌씨는 “우리 국민은 빈그룹의 성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또 새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기존 차를 팔았다는 덩 짠씨는 “빈패스트 SUV 모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빈그룹이 밝힌 양산 시점은 2019년이다.

빈그룹은 완성도 높은 자동차 생산을 강조하며 잠재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세계 1위의 자동차부품 기업인 보쉬와 함께 개발에 나서는가 하면, 최첨단 수준의 생산공장 건설을 위해 독일의 지멘스와도 손을 잡았다. 베트남 자동차 업계는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타타는 값싼 소형 트럭으로 초기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매출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뚜 홈 콰(26)씨는 “‘메이드 인 차이나’ 같은 제품만 만들지 않으면 빈패스트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300달러로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한 베트남인들이지만 중국 제품을 ‘하급’으로 분류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베트남 최덕준 대표는 “한국인들처럼 기왕 구입하는 것, 최고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승용차 판매가 전년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한 데에는 베트남 국민의 애국심도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일 하이퐁시 딘부-깟하이 경제구역에서 열린 빈패스트 생산공장 착공식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국산차를 제조하는 프로젝트는 애국적이고 존경할 만한 획기적 사업”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 바 있다. 하노이에서 교사로 일하는 투이 추(35)씨는 “자랑스럽다. 나도 하나 살 것이고, 동생들에게도 빈패스트 구입을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는 빈패스트 소비자에 대해 특별소비세(SCT), 수출입 관세, 부가가치세, 토지 임대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빈패스트를 사실상 ‘국민차’로 지원,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현재 자동차 구입을 미루는 데에는 공개된 빈패스트 디자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빈그룹은 람보르기니, 페라리, BMW 등 고급 브랜드들의 고성능차 디자인을 맡고 있는 피닌파리나, 자가토, 토리노 디자인, 이탈디자인 등 이탈리아 업체들의 도움으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단과 SUV 모델 예비 디자인을 각각 10개씩 사전 공개, 인기 투표도 진행했다. 오토펀 포럼의 응우옌 만 탕 국장은 “사람들이 공개된 디자인에 열광하고 있다”며 “베트남 소비자들의 호응도를 고려하면 두 업체의 디자인이 현실성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은 개발 단계에서 극비에 부쳐지지만, 빈그룹은 이를 사전에 공개, 개발과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잠재 고객 확보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표에 참가한 레 밍씨는 “엠블럼 ‘V’가 멋있고 상당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며 “이 정도 디자인의 ‘메이드 인 베트남’ 자동차라면 기다릴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영향 때문인지 감소하던 오토바이 판매가 지난 3분기 84만5,604대로, 전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최초의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기대는 높지만, 빈패스트 앞에 놓인 길은 결코 평탄치 않다. 당장 내년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역내 관세가 철폐되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외국산 자동차들의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보이고 있는 판매 감소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올해 베트남의 수입 자동차 관세는 30% 수준이다. 결국 신생 업체의 제품이 높은 완성도의, 보다 저렴한 가격의 수입차와 경쟁이 되겠느냐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빈그룹 측 관계자는 “수입 문턱이 낮아지고 더 많은 자동차가 싼 가격에 들어오면 분명 위협이 된다”면서도 “빈패스트가 해외에서 부품을 더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빈패스트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인 경제구역(Deep C)의 프랭크 바우터스 대표는 ”육로를 통해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드나들 배들이 정박할 수 있는 수심 14m 깊이 항만도 공장 옆으로 들어선다”며 “빈패스트의 초기 안착과 향후 물량 수출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그룹은 2025년까지 생산량을 연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호찌민ㆍ하이퐁=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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