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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iz 리더] 연줄ㆍ로비 멀리하는 ‘제다이 경영철학’ 인도 기업문화 새바람

입력
2018.06.09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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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철강회사로 출발

자동차ㆍ항공ㆍIT 등으로 확장

인도 10대 기업으로 성장

#창업자 카일라시 마힌드라의 손자

하버드서 영화 전공 후 경영 석사

1981년부터 회사 경영 참여

한국과는 쌍용차 인수로 인연

#M&A로 몸집 키우고

자신은 조정자 역할로 한정

각 사업 대표에게 전권 위임

“사회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연줄을 앞세운 정실 인사가 만연한 인도에서 제다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는 젊은 시절 고국인 인도 사회를 영화 ‘스타워즈’에 종종 빗댔다. 어둠의 세력에 맞서 은하계 평화를 지키려는 영화 속 제다이 기사단처럼, 인도 사회가 보다 투명해지려면 젊은 세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에 뛰어든 뒤에도 ‘제다이 정신’을 기억했다. 연줄과 로비를 멀리하는 정도(正道) 경영을 펼쳤다. 최고경영자(CEO)에게 각 사업 부문의 전권을 맡기는 위임경영으로 성과를 내며, 전 세계 경제계의 주목도 받고 있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을 이끄는 아난드 마힌드라의 이야기다.

마힌드라 그룹 3세 경영자가 된 영화광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포럼 제공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포럼 제공

마힌드라그룹은 1945년 형제인 카일라시 찬드라 마힌드라와 자그디쉬 찬드라 마힌드라가 함께 세운 철강회사에서 출발했다. 도로가 울퉁불퉁한 인도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최적이라고 보고 1947년 지프 자동차 조립생산을 시작하며 자동차 업계에 발을 들였다. 1956년 뭄바이 증시에 상장하고, 1969년에는 소형 트럭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농기계, 항공우주산업과 같은 제조업 외에도 금융, 관광, 정보통신(IT), 등으로 사업 분야를 빠르게 넓히며 마힌드라그룹은 인도 10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20만명 이상이 마힌드라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과는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카일라시 마힌드라의 손자인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1981년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이후다. 첫 근무지는 마힌드라그룹 내 철강회사인 ‘마힌드라 유진 철강(MUSCO)’의 재무담당 이사 비서였다. 1989년 이 회사의 사장 겸 부회장에 올랐고, 1991년에는 자동차ㆍ농기구를 만드는 그룹 계열사 마힌드라&마힌드라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3년 마힌드라 그룹 부회장을 거쳐 2012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신뢰 바탕 위임경영으로 성과 확대

2002년 출시한 보급형 SUV ‘스콜피오’는 마힌드라 회장의 ‘주가드(jugaad)’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가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내는 경영방법을 일컫는 힌두어 단어다.

1990년대 당시 무역개방의 물결이 일자 인도에선 “경쟁력이 약한 제조업체들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마힌드라 회장은 생산과정을 바꾸기로 하고, 차량 생산에 필요한 대다수 부품을 중소기업에 맡겼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로운 SUV 개발에 드는 비용의 10% 남짓만 써서 스콜피오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차량이 인도 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마힌드라그룹은 인도 내 SUV 명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영국ㆍ독일 기술자를 데려오고, 해외 기업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으며 성장해온 창업주의 전략을 활용,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것이다.

임기응변도 능하지만 사실 마힌드라 회장의 경영전략을 관통하는 핵심단어는 인수합병(M&A)와 조정자론(論)이다. 그는 M&A로 기업의 몸집을 키웠다. 쌍용차를 포함해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레바, 호주 깁슬랜드 항공사, 네덜란드 사티암컴퓨터서비스 등 굵직한 회사를 인수하며 빠르게 시장에 대응했다.

“인도 자본주의 새 얼굴” 평가도

마힌드라 회장의 또 다른 경영방침은 투명성이다. 앞서 2014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마힌드라 회장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50인’ 중 한 명으로 거론하며 이렇게 평가했다. “악명 높은 인도의 부패한 환경 속에서 청렴한 기업 가치를 내세워 인도 사람들이 원하는 꿈의 직장을 만들었다.” 2016년 그를 ‘세계 최고 경영자 30인’으로 선정한 미국 금융지 배런스도 “신흥시장에서 보기 힘든 높은 투명성, 주주 중심 경영으로 마힌드라그룹을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도 남서부에 위치한 뭄바이 본사에 주로 머물며, 수도인 델리를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힌드라 회장이 젊었을 적에 생각했던 ‘제다이 정신’처럼 학연ㆍ지연 등 연줄과 로비를 멀리하기 위해서다.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그런 그를 “인도 자본주의의 새 얼굴”이라고 평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여러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7만5,000여명의 저소득층 여자 어린이들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나니 칼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주민 300만 명에게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는 ‘난디 다논’ 재단을 공동 설립했고, 매일 130만명의 어린이에게 음식을 주는 난디 재단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공헌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엔 미국 하버드대 졸업생협회 연례회의에서 인도인 최초로 공로 메달을 받았다. 또한 “미래 경영인 육성에 인문학이 필수적”이란 생각에 2010년 하버드대 인문학센터에 1,0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당시 하버드대 역사상 인문학 연구 기부액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로, 이후 하버드대 인문학 센터는 그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마힌드라 인문학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진정한 행복, 자신답게 행동하는 데서 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점도 인도 재벌가 출신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다. 2015년 1월 14일 당시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 위에서 33일째 고공농성 중이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기획실장이 마힌드라 회장 트위터(@anandmahindra)에 “대화하자”란 메시지를 보내자, “지금 공장에 있다. 만나자”고 직접 답하기도 했다. 현재 그의 트위터를 팔로우한 사람은 647만명에 달한다.

마힌드라 회장은 회사 홍보뿐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 등을 자주 표현한다. 지난 6일 “마힌드라 그룹이 타타그룹의 뒤를 이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트위터 메시지를 받은 그는 “과분한 칭찬”이라면서도 “진정한 행복은 자기 자신답게 행동하는 것에서 온다”고 답했다. 타타그룹은 인도 최대 기업이다. 자기 소신대로 ‘제다이 경영론’을 설파해 온 그가 앞으로 인도 사회 전반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지 주목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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