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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먹고 너도... 다 줌’ 술집들 낯 뜨거운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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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먹고 너도... 다 줌’ 술집들 낯 뜨거운 홍보

입력
2015.1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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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강남 등 번화가 ‘헌팅 술집’

내부에는 음란한 그림 그려 놓고

건물 외벽에도 자극적 문구 게재

“여성 비하 술집” 비난 빗발치지만

기준 모호해 마땅한 규제도 없어

퇴근 후 친구들과 술자리를 즐기는 직장 여성 최모(25)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술집에 들렀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술집 내부 벽에는 상체를 드러낸 여성의 선정적 그림이 그려져 있고,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문구들도 즐비했다. 최씨는 27일 “그림 밑에 ‘홍대대걸레’ ‘다 줌’처럼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말들이 가득해 곧장 술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최씨가 찾았던 해당 술집은 최근 한 네티즌이 트위터에 사진을 게재하면서 ‘여성 비하 술집’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최근 서울 홍대와 강남 등 번화가 술집들이 손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너도나도 선정적인 홍보물로 업소를 꾸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술집들은 거리를 오가는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외벽에까지 자극적 문구를 게재하고 있다. 이성과의 술자리를 주선한다는 명목 하에 유흥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른바 ‘헌팅 술집’이 대표적이다. ‘술도 먹고 너도 먹고’ ‘왜 나랑 자자고 말하지 못해’ 등 낯뜨거운 말이 담긴 홍보물을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달아놓고 손님을 유혹하는 식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헌팅 술집의 폐해를 성토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마땅한 규제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통상 실외에 게시된 이런 문구들은 옥외광고물로 분류돼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청소년의 보호ㆍ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금지된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에서 모든 술집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마저도 내부 인테리어는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업주들은 젊은 층의 소비 취향을 감안한 맞춤 영업전략이라고 항변한다. 한 업소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접근하기 쉽게 재미있는 이미지와 문구를 사용한 것”이라며 “다만 비판 여론이 있는 만큼 선정적인 부분을 수정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정성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성차별적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적 자유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지만 ‘누구의’ 자유를 말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술집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의 직장과 온라인상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그릇된 메시지가 무의식적으로 주입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중매체 속 연예인은 물론 대학 축제에서의 여학생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성이 상품화되고 있다”며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주로 성상품화의 대상이 되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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