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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속도전 필요한 공공주택 확보

입력
2018.07.17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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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이 문제될 때 홍콩이 생각났다. 170평짜리 아파트가 660억원에 거래될 만큼 이곳 역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곳이기 때문이다.

정작 놀라웠던 것은 홍콩 사람들이 집값이 올라도 남의 일처럼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전체 250만가구 중 50%가 공공주택에 살고 있어 중산 이하 계층의 주거문제가 해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민간 주택이 벌이는 아파트 가격 경쟁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30%가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고 20%는 공공분양주택 소유자다. 공공분양주택은 자기 것이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민간 시장에서 팔지 못한다. 공공주택을 내놓으면 순서를 기다리던 사람에게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홍콩 정부에는 공공주택 거래의 순서와 가격을 정하는 장관급 위원회가 있다. 이들은 소득이나 자산 수준, 노부모 부양 여부 등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해 입주 순서를 정하고 관련 업무를 추진한다.

홍콩에 비하면 우리 현실은 한마디로 열악하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전체 주택의 6%에 불과하다. 인구수 기준으로 추정해 보면 약 330만명(전체 인구의 6.4%)이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다.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 가구 약 434만명(추정)도 공공임대주택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분양권 거래부터 세제, 금융 등 주택시장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많은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주택 가격과 전월세가 시장 논리로만 움직여 서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정부가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이나 주택 수급 상황에 따라 주택가격은 오르고 내릴 수 있지만 정부가 완전히 시장 기능에 맡길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이 내재화해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주택의 공공성을 높여야만 한다. 중산 이하 서민층에게는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해 주고 필요하면 분양 주택에 대해서도 홍콩처럼 매매 제한을 두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도 공공임대주택 확보 노력을 도외시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정부든 선거 공약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공공임대주택 13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국민을 감동시킬 만큼은 아니다. 제대로 하려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400조원을 넘지만 이미 쓰기로 예정돼 있는 돈 등을 제외하면 신규로 연간 1조원 쓰기도 힘겹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20%만 하려 해도 최하 200조원 이상이 든다.

공공주택 확보에는 속도전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단방약은 아니지만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국가 채무를 늘려서라도 단시일 내에 풀어보자는 것이다. 공공주택 관련 특별회계를 만들고 국채를 발행해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GDP의 15% 정도를 10년에 걸쳐 발행하면 연간 20조원씩 총 200조원의 재원을 조성할 수 있다. 한시적으로 세부담을 늘리는 것도 미래세대의 짐을 덜기 위해 시도해 볼 만하다.

과거 200만호 건설처럼 주택을 모두 새로 지어서 공급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시에 많은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동급 주택의 가격이 폭락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중산 이하 서민이 큰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은 1997년 이런 이유로 정권이 몰락한 경험이 있다. 주택시세를 감안해 기존주택을 정부가 매입하고 임대로 전환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적정 범위 내에서라면 신규 건설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 기적의 원동력은 속도전이었다. 남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 내에 완성해 후발주자로서 부족한 신인도를 키운 것이 한국경제의 저력이었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망 확충에서도 속도전을 펼친다면 또 다른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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