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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원 3500명 임용대기… 1년 앞도 예측 못한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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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원 3500명 임용대기… 1년 앞도 예측 못한 당국

입력
2017.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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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 필요성 제기돼도 지난해까지 인원 마구 늘려

교육부는 “발령 권한 없다” 시도교육감에 책임 전가

“하루 아침에 80% 줄이나” 교대생ㆍ학부모 비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일 ‘임용 대란’의 신호탄이 된 2018년도 초등학교 교사 선발계획 발표는 예고된 참사였다. 초등 교원 수급 현황을 무시한 채 과도한 인원을 선발한 것이 이번 사태의 주원인이 됐지만 교육당국은 책임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이유는 초등 교원 미발령자의 급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기준으로 임용 대기자는 3,518명. 2015학년도 임용 시험에 통과하고도 아직까지도 임용을 받지 못한 인원도 110명이다. 특히 2018학년도 선발인원을 80% 이상 감축하기로 한 서울시교육청은 대기자수가 998명(1일 기준)에 달하지만 올해까지 추가로 발령을 낼 수 있는 인원은 185명 정도다. 앞서 2016학년도 시험에 합격해서 발령 대기중인 185명부터 순차적으로 임용할 경우 2017학년도 시험에 합격한 813명은 단 한 명도 연말까지 교편을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학교 환경은 교원 축소 필요성을 예고한 지 오래다.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경기 악화로 명예퇴직 및 휴직자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지난해까지 선발 인원을 마구잡이 식으로 늘렸다. 예고된 변화에 발맞춰 단계적으로 선발 인원을 줄여나가야 하는 마당에, 외려 지난해 적정 인원보다 대폭 늘리면서 화를 자초한 것이다. 더 이상 마구 선발했다가는 임용시험에 합격을 하고도 3년 내 발령을 받지 못해 합격 자체가 취소되는 이들이 나오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자 이제서야 급격한 축소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솔직히 학교에 채울 수 있는 숫자를 고려하면 추가로 뽑기는커녕 있는 숫자도 줄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도별 초등교사 모집 인원/2017-08-03(한국일보)
시도별 초등교사 모집 인원/2017-08-03(한국일보)

교육당국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일선 시도교육청들은 지난해 정부가 무리한 선발을 강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천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작년, 재작년에도 많은 대기자가 있었지만 교육부가 청년 일자리 정책을 강조하면서 많이 뽑을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 역시 “지난해 서울시가 적정 선발인원으로 400~450명을 보고 했지만 교육부는 800명 이상을 뽑지 않으면 교원 전체 숫자를 줄여 버리겠다고 압박해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교육부는 초등 교원의 선발 및 발령에 관한 권한은 개별 시도교육감에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책임도 시도교육감에게 있다고 발을 빼고 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교육부는 학령 인구 등을 고려해 전체 교원의 숫자를 정할 뿐 개별 대기자나 발령 문제에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용고시 당사자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교육당국 정책에 격분하고 있다. 서울교대 4학년에 재학중인 딸을 두고 있다는 황모(54)씨는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 해도 20~30% 줄이는 것도 아닌 80% 이상을 하루 아침에 줄이는 건 도저히 정부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공무원들은 최선을 다해 해결했다고 하지만 그걸 믿는 학부모가 몇이나 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긴급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한해 입학정원이 395명인 교대의 총장으로서 105명만 뽑을 수 있다는 결정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교육부는 전체 교원을 동결하고 1교실 2교사제의 대안을 마련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용 대란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도 불똥이 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등 교원 선발 인원 축소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용고시 준비생들의 불만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기간제 교사들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한모(26)씨는 “자신이 선택해서 기간제 교사가 된 사람들이 정규직이 되면 선발 문턱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노력해서 시험 준비를 해온 사람들을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드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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