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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직장인 대선 공약에 대한 제언

입력
2017.03.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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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그 어느 때보다 대선 공약이 중요한 시기이다.

그 중 대표적인 직장인 관련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크게 다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일자리 증대는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 모든 후보들이 작게는 몇십만에서 크게는 몇백만명까지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언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일순위 공약은 일자리였다. 그만큼 먹고사니즘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둘째, 개인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칼퇴근법’, ‘휴가 의무 사용법’, ‘육아휴직 활성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몇 년 전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직장인들의 마음을 후벼판 이후, 개인의 일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셋째,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일자리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편중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다양한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모두 이대로만 된다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단기 표심을 잡기 위한 허울 좋은 말이 아닌 진짜 실현 가능한 정책이 절실한 때이다. ‘칼퇴근법’, ‘일자리 증대’ 등 말은 좋지만 정말 그 대선 후보가 우리 사무실 부장님께도 칼퇴근을 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 일자리야 몇 개 늘어나겠지만 그게 정말 내게도 주어지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자리일까? 이런 고민들이 생겨난다.

따라서 진심으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리더라면 보다 ‘진정성’ 있고 ‘현실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음 3가지 제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첫째,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몇십만개의 일자리는 어떻게든 쥐어짜면 나올 수 있다.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고 대기업을 압박하여 T/O를 늘리라고 말할 순 있다. 그러나 그렇게 늘어난 일자리는 단기적 방편일 뿐이다.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업이 아니라면 금세 또 다른 매몰비용이 될 것이다. 단순 숫자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둘째, 직장인의 시간 확보는 ‘칼퇴근법’이 아닌 ‘조직문화’에서 나온다. 칼퇴근법이 도입된다고 해도 아마 기업에서는 흉내만 낼 뿐, 정작 대부분 직원들은 또 다른 눈치를 보며 집에서 밀린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칼퇴근법은 표면적인 처방일 뿐, 야근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뿌리 깊은 고질병을 치유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조직문화’다. 조직문화는 대부분 리더십으로부터 기인한다. 불합리한 업무지시, 보고를 위한 보고, 비효율 커뮤니케이션, 무능한 관리자들, 군대식 눈치문화, 획일화된 집단주의 등 조직 문화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셋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 제도’로 개혁해야 한다. 지금의 주입식 교육은 모두가 수능과 취업만을 위해 좁은 문 앞에서 싸우는 구조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업과 창업 등 항상 이분법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경제와 산업 구조와 변하고 이에 따라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취업 일변도 교육 시스템이 더 이상 개인의 행복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변화하는 업의 개념에 맞게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직장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유연하고 안정적인 기회를 갖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디 올해는 실제 공약이 지켜지고 직장인의 삶도 조금씩 개선되길 희망한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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