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의 등장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여전히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여론은 벌써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다 신당까지 가세할 경우 총선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가 됐고, 야권 차기대선 주자 구도에도 유불리를 점칠 수 없을 정도의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에 따라 새누리당 총ㆍ대선 전략의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3강 구도에서 총선 전망은 깜깜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은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리얼미터가 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당은 16.5%의 지지율로 새누리당(35.2%)꽈 새정치연합(28.0%)에 이어 명실상부한 3위로 떠올랐다. 한겨레신문과 리서치플러스의 15~16일 공동조사에서도 신당은 16.4%로 새누리당(26.6%) 및 새정치민주연합(26.5%)과 정립구도를 형성했다.
기성 정당의 무능에서 돌아선 중도ㆍ무당파가 대거 신당 지지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정치평론가 윤태곤씨는 “안철수 의원을 따라 새정치연합으로 갔거나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일부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안 의원 탈당과 함께 신당으로 마음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며 “기존 정치권이 실망스러운 모습만 되풀이하면서 중도층의 신뢰를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화들짝 놀란 쪽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결과로 여권 지지층 일부도 이탈 조짐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안풍(安風)'을 선거전략의 중요 고려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특히 수도권에서 이탈 조짐이 확연하다고 보고 이른바 안풍의 조기차단과 당의 실사구시 노선을 내년 4·13 총선 전략으로 삼을 방침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중도층 이탈은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으로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다”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도 혼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신당이 실제 총선에 후보를 낼 경우 고전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일각에서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거론되고 있지만 도리어 여론의 역풍만 맞을 공산이 더 크다”며 걱정했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내년 선거를 문재인 당으로 치르겠다고 나서면 원심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은 물론 문 대표의 노선에 따라 야권의 총선 성적표는 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총선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안철수 신당의 확장성이나 규모가 최대 변수가 된 가운데, 정권심판론과 국회(특히 야권)심판론, 야권 후보단일화 등 요인들이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의 움직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는 “처음엔 야권공멸, 새누리당 압승의 전망만 보였지만 이제 여소야대 가능성까지 공존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철수 신당은 야권 차기 구도에도 직격탄
안철수 신당은 야권 차기 구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 의원과 문 대표의 희비는 교차했다. 안 의원의 지지율은 크게 상승하는 반면 문 대표는 소폭 상승에 그치거나 정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16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문 대표는 19.4%로 지난 주에 비해 0.9%포인트 상승에 머문 반면, 안 의원은 14.2%로 4.1%포인트나 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소 엇갈린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박 시장이 10.9%로 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안 의원과 박 시장은 기본적으로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안 의원의 기세가 오르면 박 시장의 지지세는 소강 상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의 공동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표(24.6%)와 박 시장(24.1%)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달렸고 안 의원도 18.8%로 사실상 3각 정립구도로 나타났다. 여권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의 성공 여부는 야권 구도뿐 아니라 대선 구도 전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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