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ㆍ동료들 뜨거운 환호 속
독일서 ‘오네긴’ 은퇴 무대
강수진(49) 국립발레단 단장이 1986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코르 드 발레(군무진)로 입단한 지 30년 만에 토슈즈를 벗었다. 22일 밤(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전막 발레 ‘오네긴’을 끝으로 현역 무용수를 은퇴했다.
해외 유학 1세대인 강수진은 1985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86년 이후에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96년 수석 무용수 자리까지 올랐다. 이 발레단의 종신 단원이기도 하다. 1999년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2007년에는 최고의 예술가에게 장인의 칭호를 공식 부여하는 독일 궁중무용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날 강수진이 열연한‘오네긴’은 20세기 최고의 드라마 발레로 통한다.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원작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 현역 고별 무대에서도 이 작품을 올렸다. 주인공 타티아나를 맡아 사랑의 열병을 앓는 순진한 시골처녀부터 첫사랑에 대한 애증으로 갈등하는 귀부인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다. 오네긴 역은 한국공연에서 호흡을 맞춘 제이슨 레일리가 맡았다.
공연장 1,400석을 모두 채운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객석에는 한국인도 다수 눈에 띈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은퇴무대를 보기 위해 일부러 현지를 찾은 이들이다.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커다란 붉은색 하트 그림과 ‘당케(Danke) 수진’이라고 적힌 카드를 크게 흔들며 강수진을 연호했다. 강수진은 두 팔을 활짝 벌려 객석을 모두 껴안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무대 위에는 ‘사랑합니다 수진 / 항상 보고 싶을 겁니다 / 모든 일에 행운이 가득하길’이라고 적힌 스크린이 펼쳐져 분위기를 돋웠다. 공연이 끝난 뒤 한국 은퇴 무대처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단원, 스태프 등 100여명이 한 사람씩 무대에 올라 강수진에게 장미꽃 한 송이씩을 순차적으로 안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된 강수진은 2년 반 동안 안정적으로 이 발레단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서 마지막 공연 이후 국내에 들어와 발레 행정과 후배 양성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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