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이재용 승계 위한 ‘외나무 다리’ 불사른 삼성전자

알림

이재용 승계 위한 ‘외나무 다리’ 불사른 삼성전자

입력
2017.04.27 17:39
0 0

배경과 향후 전망

계열사 지분 정리ㆍ상법 부담

독단적 추진 사실상 불가능

법 개정前 전환해도 비난 여론

추후 전환 가능성마저 없애

50조원 육박 자사주 소각 결정

경영권 방어 위한 최선 전략 선택

순환출자 해소 방법 과제로 남아

삼성전자 본사인 경기 수원시 영통구 디지털시티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본사인 경기 수원시 영통구 디지털시티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유력한 경영권 승계 방안으로 꼽힌 지주회사 전환을 백지화했다. 올해 50조원에 육박하는 자사주 소각을 결정해 향후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마저 완전히 없앴다.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마저 내던진 삼성전자의 ‘큰 그림’이 향후 어떻게 그려질 지가 주목된다.

지주회사 득보다 실이 많다 판단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로 약 5개월간 외부전문가들과 전략ㆍ재무ㆍ법률ㆍ세제ㆍ 회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한 끝에 내린 고심의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오히려 경영 역량 분산 등으로 부담만 커질 수 있고, 전환 과정에 수반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감안했다”고 지주회사 전환 포기 이유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우려한 문제점 중 하나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계열사 간 보유 지분 정리다. 각 계열사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을 없애고 자율경영 시대를 선포한 이상 독단적인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상법 개정안 등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적어도 5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지주회사 전환 도중 법이 개정되면 삼성전자가 제대로 ‘시범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 개정 전에 전환을 마쳐도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비난 여론에 직면할 것이 뻔하다. 어느 경우든 가시밭길이다.

1분기 영업이익 6조3,000억원을 기록한 반도체를 비롯해 완벽하게 구축된 현재의 사업구조가 지주회사 전환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스마트폰과 백색가전 등 완제품은 물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산업까지 균형을 이루며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도 지주회사 포기 등을 옥중에서 보고받았지만 특별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이명진 전무는 이날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라 이사회 안건 보고를 했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순환출자 해소와 삼성전자 지배구조는 어떻게

삼성전자는 올해 이미 보유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에 새로 9조3,000억원 상당을 매입해 모두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3%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수를 줄여 주가와 주주들의 지분율을 높여주는 주주 친화정책 중 하나지만 국내에서 50조원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놓고 향후 지주회사 전환 여지를 없애는 동시에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으로 평가한다.

현 상법은 인적분할 시 기존 주주들이 분할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자회사) 양쪽에 똑같은 지분을 소유하도록 규정했다. 기존 회사에서는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도 사업회사에서는 의결권이 회복돼 총수의 지배력을 높여준다. 소위 자사주의 마법이다.

이런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면 삼성전자는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 소유 기준(20% 이상)을 충족하는데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설사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해도 총수의 지배력이 되레 흔들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전량 소각으로 이 부회장은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는 지름길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끈질기게 자신의 발목을 잡아 온 편법 승계 논란에서는 해방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에 불과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3.54%) 등 가족과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쳐도 18% 정도에 그친다. 애초부터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현재 삼성전자 주가를 감안하면 지분율 1%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려 3조원이 필요하다. 개인적 투자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현재의 지분구조를 유지하며 등기이사로 삼성전자를 경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지분 50%를 넘게 소유한 외국인 주주들이 현 경영이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달린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온전히 자신의 경영능력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험대에 서게 됐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포기로 삼성그룹은 새로운 방법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19대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들 모두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더 이상 버티기도 힘들어졌다. 지난해 초 기준 삼성그룹에 남은 순환출자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을 중심으로 엮인 7개다. 삼성 관계자는 “여러 계열사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고, 시간이 걸려도 방향을 찾아서 전부 해소할 계획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