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 86억 사상 최고액… 2, 3년 새 천정부지로 치솟아
장원준은 88억 거부하고 다른 구단과 협상 진풍경까지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뜨겁다 못해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선수가 자신의 몸값을 부르면 그대로 값이 된다. 심지어 구단에서 국내 사상 최고액을 제시해도 이를 걷어차고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며 나서는 이도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거품 몸값이라며 ‘FA시장이 미쳤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FA 몸값은 최근 2~3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실제 FA제도 도입 첫해 1999년 3년 계약에 8억원이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2011년 이택근(34ㆍ넥센), 2012년 김주찬(33ㆍKIA)을 기준으로 이제 웬만한 주전급 FA의 금액은 ‘기본’ 50억원으로 정해진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롯데 포수 강민호(29ㆍ75억원)를 시작으로 정근우(32ㆍ한화ㆍ70억원), 이용규(29ㆍ한화ㆍ67억원), 장원삼(31ㆍ삼성ㆍ60억원) 등 총 15건 523억5,000만원이 FA시장에서 거래됐다.
대어들이 쏟아진 올해 시장도 예상대로 거액이 오갔다. 역대 가장 많은 19명이 시장에 나온 가운데 원 소속구단 우선 협상 마지막 날 26일 8명의 선수가 잔류를 택했다. 내부 단속에 가장 힘 쓴 팀은 SK와 삼성이다. SK는 최정(27)에게 사상 최고액 86억원(이하 4년 기준)을 안겼다. 또 김강민(32)은 56억원, 조동화(31)는 22억원의 조건에 붙잡았다. 삼성은 윤성환(33)에게 80억원, 안지만(31)에게 65억원을 선물했다. 윤성환은 투수 최고액, 안지만은 구원 투수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최정은 올해 성적 기준으로 안타 1개당 약 1,170만원, 윤성환은 1이닝 투구당 47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LG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35)도 5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날 하루 동안 성사된 8건 총액은 무려 395억5,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억’소리 나는 대형 계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1명이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왼손 투수 장원준(29)은 롯데가 제시한 88억원의 조건을 뿌리치고 타 구단과의 협상에 나섰다. 롯데 측은 일본프로야구의 간판 좌완 투수 나루세 요시히사(29)의 FA 계약을 참고해 나루세를 훨씬 뛰어넘는 대우를 제시했지만 장원준의 OK사인을 받지 못했다. 나루세의 FA 계약 금액은 3년 총액 6억엔(56억원)이었다.
수년간 프로야구 흥행은 제자리 걸음인데 사상 최대 ‘쩐의 전쟁’이 펼쳐지자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는 것과 구단마다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거품이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 볼 수 없는 기형적인 계약 조건이 화두다. 최정은 86억원 가운데 계약금만 42억원에 달한다. 윤성환은 80억원 중 48억원, 안지만은 65억원 중 35억원이 계약금이다. 계약금은 분할 지급되는 연봉과 달리 한번에 받는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총액 규모로 첫 1억달러 계약을 넘겼던 LA 다저스 케빈 브라운이 1998년에 도장을 찍었던 1억500만달러 중 계약금은 500만달러에 불과했다. 최근 5년 9,500만달러에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파블로 산도발의 계약금은 300만달러다. 계약 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계약금으로 주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관습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며 “빅리그에서는 계약금은 형식적으로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연봉으로 선수의 가치를 평가한다. 반면 국내 야구는 선수가 원하는 총액을 맞춰주기 위해 계약금을 많이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이어 “실제 계약금은 적고, 연봉이 많은 선수가 성적이 부진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반대로 계약금이 많고 연봉이 적으면 상대적으로 묻힐 수 있다”면서 “이런 부담을 덜어주고자 시즌마다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연봉 액수를 낮추고, 계약금을 높게 안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FA 몸값이 상상 밖으로 치솟았다”며 “선수단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코 혼자 만의 힘으로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닌 만큼 후배들이나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본인 스스로 부의 재분배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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