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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이 있는 집에 가자”... 팽목항에서 핀 희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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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이 있는 집에 가자”... 팽목항에서 핀 희망의 노래

입력
2017.03.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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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황푸하, 김목인ㆍ시와와

‘미수습자’ 얘기 3곡 만들어

음원 수익 등 미수습자 가족에 전달

포크 가수 김목인(왼쪽부터)과 시와, 황푸하가 ‘봄맞이’ 등 ‘팽목항의 노래’ 녹음을 하고 있다. 황푸하 제공
포크 가수 김목인(왼쪽부터)과 시와, 황푸하가 ‘봄맞이’ 등 ‘팽목항의 노래’ 녹음을 하고 있다. 황푸하 제공

지난 설 연휴 팽목항 컨테이너서의 2박3일, 그 후

가수 황푸하는 지난 1월 설 연휴에 본가 대신 전남 진도의 팽목항으로 향했다. 세월호 침몰 후 아직도 수습되지 않은 9명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였다.

“집에 가자…” 세월호 사고 미수습자인 안산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과 허다윤양의 어머니가 차디찬 바다를 보며 내뱉은 통한의 한숨이 황푸하의 가슴에 박혔다. 세월호를 들어 올리기 위한 장비 설치가 끝나고 인양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황푸하는 팽목항의 컨테이너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그리곤 서울로 올라 와 곡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하는 황푸하가 팽목항에 내려가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고 3년이 지나 팽목항의 아픔을 곡으로 만들고자 결심한 이유는 “추운 바닷속 세월호엔 아직 9명이 남아있다는 걸 우리가 잊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황푸하는 29일 한국일보에 “(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곡을 썼다”고 말했다. 곡 제목은 ‘집에 가자’로 정했다. 3년 동안 오간 팽목항의 칼바람 속에서 그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엄마는 외로운 이 곳에서 배 한 척을 간절히 기다린다. 집에 가자 따뜻한 밥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단다.’ (‘집에 가자’ 중)

“세월호 인양 후 미수습자 어머니들이 단원고에 갈 수 있기를”

황푸하가 “팽목항의 노래”로 만든 곡은 더 있다. 세월호 인양 후 미수습자 가족의 얼어붙은 마음에 볕을 들이고자 하는 바람에서 만든 ‘봄맞이’와 가족들이 미수습자를 만날 수 있다는 걸 믿는다는 뜻에서 지은 ‘두렵지 않다’다. 황푸하는 ‘봄맞이’에서 ‘외로운 등대 아래서 지내온 3년을 이겨내고 만날 준비를 합니다’라며 ‘너와 함께 학교 가보고 네가 좋아하는 춤도 춰봐요’라고 노랫말을 썼다. 조양과 허양의 어머니는 세월호 참사 이후 딸이 다니던 단원고를 가지 못했다. “세월호 인양 후 유해 수습이 잘 돼 미수습자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갈 수 있는” 꿈 같은 일이 벌어지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허양은 학교 다닐 때 춤추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황푸하는 세 곡을 동료 음악인 김목인, 시와와 함께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 김목인과 시와는 황푸하에 ‘팽목항의 노래’ 취지를 듣고 공감해 선뜻 힘을 보탰다. 김목인은 “노래에 감정을 어떻게 실어야 하는 지조차 고민한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며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에 상처를 줄까봐 가사를 먼저 보여드리고 녹음을 했다”고 말했다.

포크 장르인 세 곡의 음원은 내달 5일 공개된다. 세 사람은 같은 달 7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에서 공연도 연다. 음원과 공연 수익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에 전달된다. 황푸하는 “새 역사를 만드는 중요한 도구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를 더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포크 가수 김목인(왼쪽부터)과 황푸하 그리고 시와가 '집에 가자' 등의 작업을 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황푸하 제공
포크 가수 김목인(왼쪽부터)과 황푸하 그리고 시와가 '집에 가자' 등의 작업을 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황푸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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