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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3년ㆍ검사 25명… 싹둑 자른 ‘미니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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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3년ㆍ검사 25명… 싹둑 자른 ‘미니 공수처’

입력
2017.10.1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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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비리 수사도 직무에 한정

개혁위 안에서 대폭 후퇴

국감 하루 전 갑자기 발표

“검찰 개혁 해법 안돼” 비판

공수처 법무ㆍ경찰개혁위 권고안과 법무부 안
공수처 법무ㆍ경찰개혁위 권고안과 법무부 안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보다 권한ㆍ규모에서 확 축소되고, 정치 중립성이 강화된 법무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은 무난한 국회 통과와 함께 조속한 출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해석이 많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삼는 ‘검찰개혁’을 구체화하기 위해 검찰 권한 분산과 견제의 핵심인 공수처와 관련된 주요 정치적 논란 대목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이다. 대표적으로 최대 120여명의 수사 인력을 두는 개혁위 안이 ‘슈퍼 공수처’로 불리며 막강한 화력을 지니게 된다는 점을 수용해 검사 25명, 수사관 30명 이내로 덩치를 상당부분 줄이는 안을 냈다. 표면적으로는 “강력한 기관에 검사 수도 너무 많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감안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어려운 개혁위 안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없어 조속한 출범을 위해 조정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16일 열릴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주말에 갑자기 법무부가 자체 안을 낸 것도 공수처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속도를 내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다. 개혁위 안이 나온 이후 시들해진 논의 열기를 재가열해 현안 이슈로 띄우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달 전 권고안을 낸 개혁위에 법무부 안을 설명하는 자리도 갖지 않은 채 법무부가 상당 내용이 후퇴한 자체 안을 갑작스럽게 발표해 개혁위원 사이에선 불만도 상당하다. 한 개혁위원은 “사전 논의도 없이 법무부 안이 발표된 데 대해 국감에서도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힘 빼기’로도 비치는 여러 변경 지점을 두고 검찰 ‘입김’이 강하게 들어갔을 것이란 의구심을 품는 법조계 시선도 꽤 있다. 특히, 6년 임기로 제한 없는 연임이 가능하게 한(개혁위안) 공수처 검사 임기를 3년으로 제한(3회 연임 가능)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인사는 “안정적 임기 보장이 안돼 실력 있는 검사의 공수처 행을 막는 결과를 낳을 게 뻔하다”며 “법무부안 마련 과정에 검찰이 강하게 개입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개혁위원은 “3년 임기의 공수처장 눈치를 보지 않고 ‘뚝심 있는 수사’를 하도록 한 개혁위 권고안 취지가 무시됐다”고 성토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수처 권한이 강력한데 검사 임기도 너무 길면 또 다른 식의 권력남용이 생길 우려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 수사 착수 시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개혁위 안 문구가 빠진 것을 두고도 일각에선 “검찰 쪽의 집중적 의견 개진이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선 때에는 공수처에 사건이첩을 거부할 수 있어 수사인력이 적은 공수처가 실질적인 수사 우선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인지수사 범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도 뜨거운 논란거리다. 또 다른 개혁위원은 “법무부가 인지 수사에 대해 ‘직접 관련 범죄’ 문구를 넣은 것은 공수처의 수사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만드는 ‘독소조항’”이라며 “‘직접 관련 내용’이 뭐냐를 두고 실제 수사 과정에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개혁위안은 자칫 본건에서 벗어난 ‘별건 수사’가 생길 우려를 낳는다”며 “이는 검찰수사 문제점으로도 매번 지적돼온 폐단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범죄 혐의가 있는 검사에 대한 공수처 수사 범위와 관련해 ‘모든 범죄’(개혁위안)에서 직무관련 등 특정 대상 범죄로 축소한 것에도 개혁위 측은 모든 범죄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공수처 검사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개혁위 권고안 발표 당시 “권고 취지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던 법무부는 국회라는 큰 산을 넘기도 전에 개혁위 반발에 직면하는 형국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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