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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도 출판도... '新'사임당 그리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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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도 출판도... '新'사임당 그리기 열풍

입력
2017.02.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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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는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과 사임당 역을 맡았다. SBS 제공
배우 이영애는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과 사임당 역을 맡았다. SBS 제공

지갑 안에 고이 모셔 놓는 5만원권 지폐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요즈음이다.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사임당’) 방영 이후 출판과 전시 등 문화계 전반에서 신사임당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간 신사임당은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를 키워낸 ‘현모양처의 아이콘’으로 가부장적 시선 안에 박제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교 사회에서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선구적 인물이자 독자적 예술세계를 펼친 예술가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사임당 재조명 열기에 불을 지핀 드라마 ‘사임당’은 신사임당을 ‘조선시대 워킹맘’으로 풀이했다. 연출자 윤상호 PD는 “고고하기보다 인간적인 조선시대 옆집 아줌마”라는 표현까지 썼다. 위인전이나 교과서를 통해 만들어진 선입견에서 탈피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그리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우연히 발견한 신사임당 일기와 미인도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가운데, 신사임당(이영애)의 예술혼과 이겸(송승헌)과의 사랑, 워킹맘 서지윤의 애환이 담긴다. 4회까지는 서지윤이 사회와 가정에서 겪는 좌절과 울분, 이를 극복하려는 분투, 그리고 어린 신사임당과 이겸의 만남과 이별 등이 그려졌다.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온 뒤로는 신사임당이 한량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려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가는 모습이 조명된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여성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에 예술가로서 불덩어리를 가슴에 품고 있던 신사임당은 대장금 못지않게 ‘걸크러시’ 면모를 지닌 인물이었다”며 “여성이자 어머니이자 예술가로서 누구보다 주체적이었던 신사임당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파생된 2차 콘텐츠도 풍성하다. 3년 전부터 드라마를 기획한 작가진은 지난달 중순부터 포털사이트에 웹소설 ‘사임당, 더 허스토리’ 연재를 시작했다. 드라마의 방향성을 따라가되 웹소설 특성에 맞게 과감한 상상력이 더해져 로맨스소설로 재탄생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림들은 ‘컬러링북’으로 출간됐다.

미술계도 신사임당 재조명 열기에 동참했다.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은 24일부터 6월 11일까지 ‘사임당, 그녀의 화원’ 특별전을 연다. 2005년 KBS 교양프로그램 ‘진품명품’에 출품된 이후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묵란도를 비롯해 초충도 14점 등이 전시된다.

서점가는 더 바쁘다. 신사임당을 다룬 책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설과 평전, 어린이책 등 새로 나온 책들과 기출간 책들이 수십 권에 이른다. 이 책들도 신사임당을 독립된 인격체로서 온전하게 복원하고 그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둔다.

동인문학상과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이순원 작가는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쓴 ‘정본소설 사임당’을 최근 펴냈다. 신사임당의 본명으로 알려진 신인선(申仁善)에 대한 쟁점부터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온당하게 평가 받지 못한 그림까지 신사임당의 삶 전반을 두루 아우르고 있어 ‘정본소설’이라 칭했다.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던 주원규 작가의 소설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에서는 효녀, 효부, 현모, 양처로서 1인 4역을 해낸 ‘조선의 슈퍼우먼’이자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창조한 예술가로 신사임당을 묘사했고, 임나경 작가의 소설 ‘사임당 신인선’은 사랑 받고 싶어하는 한 여자라는 측면에서 신사임당의 삶을 재구성한다. 신아연 작가의 ‘사임당의 비밀편지’는 한 발 더 나아가 ‘신사임당의 불륜’이라는 도발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모두 전통적 여성상과는 거리를 둔 해석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이영애가 주인공인 드라마라서 인접 분야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우리 사회 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신사임당 재조명 열기에 투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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