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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페루 대선…‘후지모리’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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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페루 대선…‘후지모리’ 돌아오나

입력
2016.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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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리는 페루 대통령 선거의 유력주자들. 왼쪽부터 게이코 후지모리,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베로니카 멘도사. 로이터 연합뉴스
10일 열리는 페루 대통령 선거의 유력주자들. 왼쪽부터 게이코 후지모리,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베로니카 멘도사. 로이터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치러지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1990년대 페루에서 독재정치를 펼쳤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41) 민중권력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 결과는 11일 오전(한국시간 11일 오후)에 발표된다.

현재 페루 대선은 후지모리 후보가 크게 앞서나가는 가운데 2명의 후보가 추격하는 형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후지모리 후보는 35.8%의 지지를 얻어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78ㆍ21%) 전 총리와 베로니카 멘도사(36ㆍ20.1%) 의원이 형성한 2위 그룹을 압도하고 있다.

2011년 대선에도 출마해 결선투표에서 오얀타 우말라(54) 현 페루 대통령에게 석패한 후지모리 후보가 이번에야말로 대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자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독재를 기억하는 페루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5일 수도 리마에는 1만명 이상이 모여 “또 다른 후지모리에게 권력을 내줄 수 없다”는 시위를 벌였다.

실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90년 처음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92년 친위쿠데타로 의회를 해산하고서 독재를 휘둘렀다. 암살단을 조직해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하는 등 인권침해와 각종 비리도 난무했다. 결국 영구집권을 기도하며 야당 의원을 매수하려던 시도가 폭로되며 탄핵당해 일본으로 도망쳤고, 2010년부터는 페루에서 25년형을 언도 받아 복역 중이다.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는 부친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을 정면돌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일 열린 대선 토론회에서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 선언했다. 또 부친 집권기에 강제불임 수술을 당한 원주민 여성들에게 보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후지모리 후보의 선전에는 부친 집권기의 향수가 작동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페루를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탈출시키고 가난한 이들을 지원했기에 집권 당시에는 인기가 높았다. 또 후지모리 이후 민주정권도 유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중남미 방송사 텔레수르는 “지난 15년간의 민주정권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긴 했지만 경제성장의 성과를 분배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데 실패하자 가난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후지모리 후보가 10일 선거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하면 6월 5일 1,2위 후보를 놓고 다시 결선 투표가 열린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2위 그룹인 쿠친스키와 멘도사 후보는 일단 10일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후 반 후지모리 세력을 규합하여 결선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범좌파 진영의 멘도사 후보의 행보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독재도 싫고 현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이 멘도사 지지를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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