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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집ㆍ고급 일식집… ‘최후의 성찬’ 반짝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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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집ㆍ고급 일식집… ‘최후의 성찬’ 반짝 특수

입력
2016.09.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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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D-day 직전 풍경

28일부터는 고급식당 예약 절벽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 3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는 '김영란 메뉴'가 안내돼 있다. 뉴시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 3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는 '김영란 메뉴'가 안내돼 있다. 뉴시스

A대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김모(35) 차장은 최근 2주간 하루 평균 3차례의 ‘업무상 만남’을 가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는 28일 이후에는 만나는 것 자체가 오해를 살 수 있어 ‘그 전에 맘 편히 얼굴이나 보자’는 약속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평소 친분이 있는 공무원ㆍ국회의원 보좌관들과 매일 술을 곁들인 점심ㆍ저녁 식사를 했고, 중간에 ‘티타임’까지 갖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식사 자리에선 법이 시행되면 먹기 힘들 3만원 초과의 고가의 메뉴가 선택됐다. 김 차장은 “비용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식사 자리라고 생각해 고깃집이나 고급 일식집에서 보자는 요청이 대부분이었다”며 “낮부터 한우를 굽고, 폭탄주를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풍속도도 27일로 끝이 났다. 김 차장은 “28일 이후로는 약속이 없다”며 “당분간 만남은 서로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 고급 식당은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더 플라자 호텔 관계자는 “뷔페를 제외한 호텔 레스토랑 좌석이 최근 2주 동안 90% 이상 찼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고급 식당들은 ‘예약 절벽’ 사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청 인근 한우 전문점 관계자는 “28일 이후 예약은 평소의 30% 수준”이라며 “3만원 이하 메뉴를 개발하는 등 나름 준비를 했지만 예상 보다 크게 손님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맥주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소주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를 마실 경우 소주 1병 당 맥주 3,4병이 필요한데, 식당에서 판매하는 맥주 1병 가격이 4,000~5,000원이어서 식사 접대비 상한인 1인당 3만원을 훌쩍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홍보실 직원은 “앞으로는 삼겹살에 소주가 접대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 접대의 대안으로 등산이 부각되며 아웃도어 매출은 크게 늘고 있다. 한 백화점의 1~25일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8%나 증가했다.

기업들도 바빠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배우자가 공직자인지 여부를 신상정보에 표기하도록 권고했다. 공직자의 배우자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기업의 혼선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 사례집’을 발간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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