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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오디세이] 섹시미 지우자 전성기가 왔다

입력
2015.07.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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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가정폭력 어두운 과거

'다크 플레이스' 제작·출연 계기 돼

실제로도 가부장제 저항하는 삶

세 남매를 두고 집을 나간 술주정뱅이 사내는 갑자기 집에 들이닥쳐 아내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닦달했다. 농장이 넘어갈 처지인 아내가 “돈이 없다”며 사내를 뿌리치자, 남편은 아내 목을 조르고 욕설을 퍼붓는다. 참다 못한 아내는 집에 둔 총을 꺼내 문 밖으로 나간 남편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이 일을 겪은 후 막내 딸인 8세 소녀 리비 데이는 커서도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며 산다.

최근 개봉한 영화 ‘다크 플레이스’ 속 일그러진 미국 한 가족의 풍경이다. 길리언 플린의 동명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인데, 현실에 없는 얘기도 아니다. 극중 리비 데이가 치른 ‘악몽 같은 현실’은 그녀의 성인 역을 연기한 할리우드 스타 샬리즈 시어런(40)이 실제로 겪은 일이다.

시어런은 15세 때 아버지를 잃었다. 살인자는 그녀의 어머니였다. 술에 취해 자신과 딸을 위협한 남편에게 총을 쏴 버린 것. 공교롭게 시어런의 어머니와 극중 데이의 어머니는 둘 다 독일 출신 이민자다. 시어런은 “엄마의 정당방위였지만 내 인생에 있어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고 이 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최근 프랑스의 한 방송에서 자신의 상처를 들려줬다. ‘다크 플레이스’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본 시어런은 이 영화의 제작자로 나섰다.

아버지의 폭력을 경험한 탓일까. 금발의 모델 출신 시어런은 가부장제에 저항하며 사는 걸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기 전에는 나도 결혼하지 않겠다”며 성소수자를 지지해 왔다. 파란 눈의 여배우는 ‘여전사’로 살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는 5월 개봉한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에서 강렬한 여전사 퓨리오사를 소화해 주목 받았다. 삭발을 하고 자동차 기름을 이마에 바른 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자유를 찾아 사막 복판으로 뛰어들어 남성을 압도하는 캐릭터였다. 다음 작품인 ‘다크 플레이스’에서도 여성미를 가렸다. 남자들이 입는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채 가족을 둘러싼 살인 사건의 진실을 좇는 냉소적인 인물을 연기하며 날을 세웠다. 이 영화를 연출한 질스 파겟 브레너 감독은 “소설에서 리비는 신경질적인 키 작은 여자아이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시어런이 지닌 여전사 이미지 아래 끓어오르는 분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애초에 시어런이 배우로 이름을 알린 것도 여성미를 지운 ‘몬스터’(2004)였다. 그는 7명을 살해하고 2002년 사형당한 레즈비언 창녀 역을 14㎏까지 체중을 불려가며 실감나게 연기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여배우로는 첫 수상이었다. ‘섹스 심벌’에서 여전사로 거듭나며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점에서 동갑내기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떠오른다. ‘남성 옆의 여성’을 거부하며 여성주의 목소리를 내는 점도 비슷하다. 시어런은 아프리카에서 잭슨이란 아이를 입양해 홀로 키우고 있다.

시어런은 데뷔 전 촉망받는 발레리나였다. 3세부터 발레를 배운 시어런은 미국 뉴욕의 유명 발레학교인 조프리 스쿨에서 춤을 추다 18세에 무릎을 다쳐 발레를 포기했다. 순백의 튀튀(발레복)를 벗은 그는 180cm에 가까운 늘씬한 키에 군살 없는 몸매로 모델로 승승장구하다 톰 행크스에 의해 발탁돼 ‘댓 씽 유 두’(1996)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데블스 에드버킷’(1997) 등에서 섹시한 관능미를 뽐내 ‘제2의 샤론 스톤’으로 불리며 할리우드 스타로 자리 잡았다.

시어런은 2007년 ‘샬리즈 시어런 아프리카 아웃리치 프로젝트(CTAOP)’란 자선단체를 세워 아프리카 청소년 돕기에 열정을 쏟고 있다. 차기작인 드라마 ‘라스트 페이스’에서 그는 아프리카에서 인도적 구호활동을 하는 의사로 나온다. 현실과 스크린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여배우로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시어런. 그녀에게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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