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기춘 실장에 정윤회 보고서 문서로 전달됐다는 보도 사실 아냐"
'유출문서 정호성 비서관에 전달' '전·현직 7명 수사 의뢰' 등도 부인
청와대는 10일 ‘정윤회 문건’ 작성 및 보고, 유출 과정에 김기춘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비서진이 관련됐다는 각종 의혹을 강력 부인하며 분명한 선 긋기를 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문건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자 청와대의 대응에 자신감이 실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100% 잘못한 게 없다’는 식 대응만 하다간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부인, 무시, 강공 일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기춘 실장에게 정윤회 보고서가 문서로 전달됐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했다. 민 대변인은 “보고서가 컴퓨터를 통해 올라간 것이 아니다. 보고서에 있는 내용을 구두보고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해당 문건을 직접 들고 가 김기춘 실장에게 구두설명을 한 것은 맞지만 온라인 등 결재라인 형태의 보고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 대변인은 또 ‘조응천 비서관이 유출문서 100건을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보도나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전ㆍ현직 직원 등 7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청와대는 보고서 유출 책임론 불똥이 튀는 데 대해선 강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응천 비서관 재직시 민정수석실 관련 멤버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내부 감찰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감찰 이후 당시 멤버들이 대부분 물갈이된 가운데 감찰 대상이었던 오모(44)행정관도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 재직시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일했던 오 행정관의 사표를 두고 조 비서관 흔적 지우기라는 관측이 나돌았지만 민 대변인은 “사퇴를 한 데에는 수천, 수만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만 해명했다.
김기춘 실장의 선택적 강경 대응도 주목된다. 김 실장은 이번 파문에 입을 닫고 있다가 최근 ‘정윤회 동향보고서가 자신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동아일보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무조건 否認’은 역풍 가능성도
청와대의 강경 대응은 검찰이 문건 유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검찰은 8일 보고서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 및 1, 2차 제보자로 알려진 김춘식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박동열 전 대전국세청장 등의 3자 대질조사를 마친 뒤 문건 내용은 허위라고 잠정 결론을 낸 상태다. 정윤회 보고서에 언급된 십상시 모임 등이 허위 정보라면 그간 청와대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와대의 ‘부인, 무시, 강공’ 일변도 전략은 리스크도 안고 있다. 만일 검찰 수사에서 문건 내용이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청와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민경욱 대변인이 세계일보 첫 보도(11월 28일) 직후 “(조 비서관이 문건에 나온 내용이) 풍문으로 돈다는 것을 구두를 통해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가 이날 해당 문건을 김 실장에게 가져가 보고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면서 허위 설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청와대가 오 행정관 등을 자체 감찰한 결과를 검찰에 넘겼고 이 가운데 몇 명을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인데도 청와대가 “수사의뢰한 사실이 없다”고 버티는 것도 말장난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대응은 여론의 화살이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청와대 참모들의 과잉 충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사실 설명 대신 무조건 부인부터 하고 보는 통에 사태를 키운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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