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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명예회복… 너무 좋아서 오전 내내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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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명예회복… 너무 좋아서 오전 내내 울었어요”

입력
2017.05.1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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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은 김초원, 이지혜 교사. 4ㆍ16 기억저장소 제공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은 김초원, 이지혜 교사. 4ㆍ16 기억저장소 제공

“꼭 스승의날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너무 좋아서 오전 내내 울고 또 울었습니다.”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교사 고(故) 김초원(당시 26) 이지혜(당시 31)씨의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유가족은 “명예회복의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감사하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초원 교사 아버지 김성욱(59)씨는 “밀려드는 기자들 전화를 받고 그제서야 알았다”고 수화기 너머로 벅찬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왔다. 또 다른 희생자 이지혜 교사 아버지 이종락(63)씨도 “지금에서라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아내와 오전 내내 부둥켜 안고 울었다”고 했다.

특히 이날 오후 김성욱씨는 문 대통령과 직접 통화도 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20분께 청와대 비서관이 먼저 전화를 건 뒤 곧바로 문 대통령을 바꿔줬다며, 문 대통령이 “세월호 기간제 선생님들도 담임교사로서 학생들을 인솔했는데, 순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곧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3년 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 이제 추스르시고, 열심히 살아달라”고 위로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라며 "전화를 받는 순간 감격스러워서 계속 울었더니 대통령이 '울지 말라'고 말하더라"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밤도 딸 생각에 잠을 설쳤다. 그는 “매년 제자들이 스승의날이면 납골당에 찾아와 카네이션을 두고 갔어요. 올해도 왔다면 ‘선생님 축하해요’라고 했을 것 같네요”라며 목이 멨다. “조만간 딸 아이에게 기쁜 소식을 직접 전해주러 다녀와야겠다”고 덧붙였다.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참사 당시 가장 탈출하기 쉬웠던 5층 객실에 있었지만 배가 기울자 곧바로 4층으로 내려갔다. 제자들 구명조끼를 일일이 챙겼고, 목이 쉬도록 “갑판 위로 올라가”라고 외쳤다. 결국 배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현행 교육공무원법이 기간제교사를 공무원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들의 순직 인정을 거부했다. 인사혁신처 역시 두 교사를 심사 대상에조차 포함시키지 않았다.

순직심사를 반려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가족이 제기한 소송은 다음달 15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 동안 정규직 교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위로를 아끼지 않으셨는데, 정말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성욱씨는 모처럼 흐뭇한 날을 보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가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은 김초원 교사의 영정사진이 분향소에 안치돼 있다. 안산=홍인기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가 미처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은 김초원 교사의 영정사진이 분향소에 안치돼 있다. 안산=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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