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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 대 메티스

입력
2016.12.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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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 것들 확 쓸어버리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에 번쩍 동에 번쩍한다. 남한 국방장관 PC까지 해킹하는 데 성공해서 그런지 우리가 아주 우습고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이제 노골적으로 “남진의 길을 가자”고 한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통통배를 타고 다니는 모습 하며, 엉성한 청와대 모형에 구닥다리 장비를 동원해 타격한답시고 내보낸 영상물이 북한의 현 수준을 말해 주건만 김정은은 희색이 만면하다. 뭘 몰라서일까 아니면 겁이 없어서일까. 내년 1월이면 33세, 할아버지 김일성이 평양에 입성했을 때의 나이다. 그 시절 김일성은 전쟁에 안달이 났지만, 스탈린에게 조르고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원 약속을 받고서야 남침을 결행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행보는 핵무기를 가져서인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김정은이 지난 한 달 가까이 방문한 부대들은 서해 5도를 타격할 섬 포병부대,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 그리고 청와대 등의 후방 전략목표를 타격할 특수전 부대들이다. 유사시 제일 먼저 포격을 하고 남침 통로를 개척하고 후방을 교란할 부대들인 셈이다. 집권 5년간 잔인한 숙청과 공포정치로 권력 엘리트를 장악하여 그의 권위에 감히 도전할 세력은 없다. 이제 김정은이 가자면 물이든 불이든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집권 초기의 살얼음을 걷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사실 지금이 브레이크가 작동이 안 되고 대형 사고를 치기 쉬운 때다. 김일성도 집권 5년 만에 남침 전쟁의 민족적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 김정은에게 임자가 나타났다.

“도발하면 다 죽여 버리겠다.” 제임스 메티스 전 미군 중부 사령관의 말이다. 전투적인 그의 경력 못지않게 적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강렬한 어록으로도 유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의 첫 국방장관을 소개하면서 “미친개(mad dog) 메티스를 우리 국방장관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매티스는 1969년 해병대 사병으로 입대한 뒤 44년간 복무하며 4성 장군까지 오른 미 해병대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1년 아프간 침공과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활약한 그는 2013년 중부사령관을 끝으로 예편했다. 이라크전 사단장 시절에 예하 여단장이 공세에 소극적이자 즉각 보직해임을 시키는가 하면, 야간 강습작전 후 대원들이 지치자 최소 인원만 빼고 전원 취침시킨 후 자신이 직접 보초를 선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또 하나의 별명은 ‘수도승‘(Warrior Monk), 평생 미혼으로 살며 자기 집에 TV를 보유한 경험이 없으며 7,000권 이상의 장서를 가진 독서광으로 전사, 역사, 전략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군사 전문지 머린코 타임스는 ‘사병과 함께 참호에 뛰어들 수 있는 가장 존경받는 해병으로서 결단력과 카리스마가 뛰어나다’고 극찬을 했다. 전역 후 7년 이내 국방부 장관 임명을 금지한 미 국가안보법의 제한이 있으나 조지 마셜 장군의 전례도 있고 비교적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메티스는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무골로서 오바마 대통령의 소극적인 군사력의 운용에 관한 이견으로 물러났던 만큼 도발 시에는 군사적 옵션을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강한 성향을 지녔지만 최근 트럼프와 면담 시 ‘포로에게 물고문을 가하는 것보다 담배 한 갑과 맥주 한두 잔이 더 효과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의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 메티스와 같이 철두철미한 군인일수록 군사력 사용에 매우 신중하다.

그러나 설정한 ‘금지선’을 넘게 되면 단호하게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이기는 게임을 추구한다. ‘전쟁에서 승리 이상의 가치가 없다’는 맥아더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정은이 이런 상대를 시험 삼아 도발한다든지 섣부른 경거망동을 삼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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