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대회 36년 만에 개막
초청 외신기자 행사자 접근 통제
조선중앙TV, 밤 늦게 영상 공개
金 “수소탄·광명성 4호 대성공”
‘김정은 추대’가 별도 의제로 채택
유일체제 구축ㆍ우상화가 핵심 목표
북한이 3대 세습 정당화를 위해 소집한 제7차 노동당 대회가 6일 개막했다. 김정일 후계 구도를 공식화했던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 이후 36년 만이다. 3~4일 간 진행될 이번 당 대회에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김일성 김정일 유훈 통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습 권력을 정당화하고 유일체제 공고화를 시도한다. 김 위원장이 핵개발 외에 내세울 치적이 없다는 점에서 무리한 당 대회로 체제의 취약점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FP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당 대회는 이날 오전 9시(우리시간 9시30분) 김 위원장이 평양 소재 4·25 문화회관에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북한은 당 대회 선전을 위해 130여명의 외신 기자들을 초청했으나 정작 행사장 200m 밖으로 접근을 통제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밤 10시 30분에서야 당 대회 개막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개회사 발언 영상을 공개했다. 양복을 입고 나온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첫 수소탄 시험과 광명성 4호 발사의 대성공을 이룩했다”며 “그 기세로 70일 전투를 벌여 인민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최대 성과를 이뤘다”며 자신의 핵ㆍ경제 병진 노선의 성과를 내세웠다. 특히 김 위원장은 “수소탄의 장쾌한 폭음으로 뜻 깊은 올해에 국방 과학 부문에서는 연이어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을 수호하는 사변적인 기적을 창조했다”며 핵ㆍ미사일을 핵심 치적으로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3,467명의 대리권 대표자와 200명의 발언권 대표자 전원이 참가했다”며 참석자를 소개하면서 당 대회 개회를 선언했다.
조선중앙TV는 당대회 의제로 중앙위 사업총화, 중앙검사위 사업총화, 규약 개정, 김정은의 최고 수위 추대, 조선노동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등 다섯 가지가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동지를 우리당의 최고 수위에 높이 추대할 데 대하여’가 별도 의제로 채택돼 김정은의 유일체제 구축 및 우상화가 이번 당대회의 핵심 목표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 대회에서는 김정은의 ‘최고 수위’ 호칭과 직위가 구체적으로 논의돼 결정될 전망이다.
조선중앙TV는 아울러 김 위원장이 이날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대번영기를 열어나가기 위한 전략적 노선과 투쟁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당 대회 이후 36년간의 성과를 보고하는 ‘사업총화 보고’ 에서 개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핵 개발 성과를 과시하며 핵 보유국 지위 확보를 천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담화를 내고 “누가 인정하든 말든 수소탄까지 보유한 우리의 핵 보유국 지위는 달라질래야 달라질 수 없다”며 핵 보유국 주장을 재차 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핵 보유를 당 규약에도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여동생 김여정을 당 요직에 배치하는 등 당내 주요직을 친위세력들로 교체해 장기 집권의 토대를 마련하는 무대로 삼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36년 전의 6차 당 대회에 118개국 177개 대표단이 참여했던 것에 비해 이번 당대회는 외국 대표단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초라한 나홀로 행사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이 당대회 개최를 위해 무리한 상납을 요구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정은 시대 선포를 위해 당 대회가 소집됐으나, 핵개발 외에 김 위원장의 업적과 권위가 없다 보니 김일성ㆍ김정일에 기댄 불안한 통치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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