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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임용 탈락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상대 국가배상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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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재임용 탈락 판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상대 국가배상 소송

입력
2017.10.24 17: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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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 근거 부실” 2억대 소송

법관이 인사불복 손배소는 처음

대법 “근무ㆍ자질 평정 종합 판단”

지난 9월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이인복 대법관 퇴임식에서 이 대법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 9월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이인복 대법관 퇴임식에서 이 대법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전직 판사가 자신의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을 상대로 2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관이 대법원이 낸 인사에 불복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법관 재임용 탈락’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류모(58) 변호사는 “재임용 탈락 근거가 된 판사평정표는 객관적이지 않고 부실하며, 내용을 받아 들인다고 하더라도 연임부적격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김모 대법원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정부 등을 상대로 위자료 명목 2억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했다.

2012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카 빅엿’이라는 글을 올려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기호 전 의원이 대법원을 상대로 불연임 결정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낸 적은 있지만 전직 법관이 대법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적은 없었다.

류 변호사는 2016년 2월 정기인사가 나기 직전 법원에 의원면직(사직) 신청을 했다. 법관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10년에 한번씩 근무평정을 평가해 대법원장이 연임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류 변호사도 당초 재임용을 희망했지만, 2015년 12월 열린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연임부적격자로 의결됐다. 법관인사위원회에 참석해 소명했지만 재차 부적격자로 의결되자 불연임 발령을 받는 대신 스스로 사직했다.

법정에서 류 변호사는 “부끄러움 없이 판사 생활을 해 왔고, 판사평정도 평균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며 “20년 가까이 몸담은 법원에서 부적격 법관으로 분류된 정확한 사유를 확인하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의혹이 제기된 법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류 변호사의 연임 부적격 사유는 비공개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면서도 “법원조직법과 대법원 규칙에 따라 사건처리율, 항소율 등 근무성적 평정과 성실성, 청렴성 등 자질 평정을 종합 판단해 재연임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장이 법관 재임용 권한을 독점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선 법관 독립성 침해 논란이 계속 돼 왔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이전까지는 특별한 사유 없이도 대부분 재임용 되는 기류였지만 2012년 근무평정에 자질 평가를 추가하도록 법원조직법이 개정됐고 대법원도 발 맞춰 세분화된 근무평정 기준을 마련하면서 법관 재임용 평가가 강화됐다. 이 때문에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전향적 판결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는 주장이 일선 판사들 사이에 제기됐고, 지난 2월 국제인권법연구회 설문조사에서는 대법원장 소관 법관 재임용 권한이 법관 독립성을 침해하고 판사 관료화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목되기도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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