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기자

등록 : 2018.06.12 15:29
수정 : 2018.06.12 21:32

김정은 “과거 그릇된 편견∙관행 극복”… 싱가포르 모델 꿈꾸나

金의 개혁ㆍ개방 구상은

등록 : 2018.06.12 15:29
수정 : 2018.06.12 21:32

전날 심야투어 땐 “훌륭한 지식

경험들 많이 배우려고 한다”

“독재 체제 유지하며 경제 번영

리콴유식 모델 벤치마킹” 예상

원산갈마관광지구 육성 계획도

싱가포르 관광 산업과 맞닿아

그래픽=강준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과거의 그릇된 편견과 관행”을 언급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북미관계와 관련된 과거 미국의 적대정책을 지적하는 측면도 있지만, 북한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답답함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전날 싱가포르 시내를 둘러본 김 위원장이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언급한 대목도 향후 북한의 정책 변화와 맞물려 관심을 모은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릇된 편견과 관행’은 사회주의라는 틀에 갇혀 변하지 못하는 북한 경제시스템으로 해석된다. 이는 “싱가포르의 경제적 잠재력과 발전상을 잘 알게 됐다. 훌륭한 인상을 갖게 됐다”는 김 위원장의 전날 발언과 맞물려, 향후 북한의 개혁ㆍ개방 모델로 싱가포르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싱가포르 시내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식 경제발전 모델은 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번영을 이루려고 하는 김 위원장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선례다. 현 싱가포르 총리인 리셴룽의 아버지인 리콴유 전 총리는 1959년 자치정부 수반으로 선출된 이래 1991년까지 32년간 1당 독재 체제를 유지했다. 이 기간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위 수준으로 올라갔다. 싱가포르가 초기 개방 노선을 추구할 때 서방국가의 자본과 문물이 유입되면서 리콴유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높았지만, 언론을 정부와 당의 통제 하에 두고 시민을 재판 없이 구금하는 등 철저히 통제해 지금의 싱가포르식 경제모델이 완성됐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통제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싱가포르는 과거부터 북한 경제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특히 싱가포르의 관광ㆍ회의 산업은 북한의 5개년 경제발전계획과도 맞닿아있다. 싱가포르는 한 해 1,000회가 넘는 국제회의를 유치할 정도로 관광ㆍ회의 집약적 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원산갈마관광지구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 카지노, 특급호텔을 건설해 국제적인 회의ㆍ관광지대로 육성할 계획을 세웠다. 싱가포르의 호텔 시설뿐만 아니라 공항ㆍ도로 등 인프라도 북한 입장에선 벤치마킹 사례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북한 경제특구 한 곳과 비슷한 규모”라며 “관광ㆍ금융 복합도시인 싱가포르를 통해 숙원사업인 원산갈마지구의 카지노ㆍ호텔 등 전체 그림을 그려가며 인프라를 구상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김 위원장의 경제개혁 모델이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사회주의 체제를 더 강력하게 유지하는 방향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반으로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 도약의 기반을 다지고, 사회 내부는 노동당 1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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