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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일자리 쟁탈전’ 언제까지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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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일자리 쟁탈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입력
2013.12.2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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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적표는 보기만 해도 화려하다. 세계 경제가 침체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수출과 무역 흑자를 경신하며 무역 부문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연초 정부가 예상했던 2.7%를 넘어 세계 연평균 예상성장률인 2.9%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국민들의 불만과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불만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계층간 양극화와 지역간 양극화, 대ㆍ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있다. 여기에 잘되는 업종과 못 되는 업종간 차이가 점점 더 커지는 업종간 양극화 현상이 불만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피부에 와닿는 불만은 국민 행복 및 생존권과 직결되는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1980~90년대 고성장시대에 구직자가 일자리를 고르던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에서, 지금은 저성장시대에 고용주가 근로자를 선택하는 ‘수요자 시장’(buyer’s market)으로 변모했다. 저성장 시대에는 고용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심지어 명문대 학생들도 4년 재학기간 내내 일자리 불안감에 시달린다. 20대 청년층의 상당수는 취업을 하더라도 언제 갑자기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저임금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전쟁은 바로 ‘일자리 쟁탈전’이다. 구직자는 늘어나는데 일자리 총량은 늘어나지 않으니 쟁탈전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장년층의 입장을 반영한 정년연장 관련 법에 대해 청년 구직자는 불만을 제기해 세대간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생필품 시장을 놓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대립해 업태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철도 노조 파업은 기득권을 지닌 사람들이 잠재적인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려는 다툼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한 고려대 경영대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자리 쟁탈전을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해결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있다. 일자리 나누기나 쟁탈전은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우선 50여 년 전 경제개발시대에서부터 이어져온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중후장대형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부족한 관광ㆍ유통 등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새로운 일자리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직업 종류를 다양화 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직업 개수는 각각 3만개, 2만 5,000개다. 반면 우리나라의 직업 개수는 1만3,000개에 불과하다. 외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들을 찾아 일부만 도입해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일례로 10년 전만 해도 하우스비어가 규제로 인해 국내에 도입되지 못했는데, 규제를 완화하니 하우스비어를 전문적으로 파는 맥주집과 브루마스터가 생겨났다. 새로운 산업과 직종이 창출된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가격(노동비용)이 오르면 수요(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정치권의 논의를 보면 이 같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것들이 많았다. 예컨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파견근로 제한 등이 기업의 고용 관련 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기업은 고용 규모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새해에는 우리모두 일자리 나누기나 쟁탈전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에 정책의 힘을 모아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책 판단의 기준을 ‘일자리를 늘리느냐, 줄이느냐’로 삼아야 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국민 행복의 버팀목인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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