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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 소설 키워드는 ‘불안’… 저변엔 세월호

입력
2017.10.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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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811권 중 121권 예심 올라

참사 직후엔 세월호 직접 거명

최근엔 공포를 실존 조건으로

지난 25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 모인 한국일보문학상 심사위원 송종원(왼쪽부터) 우찬제 신수정 전성태 황예인 하성란 김현씨는 “올 한 해 출간된 국내 소설은 불안과 공포를 실존의 한 조건으로 등장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지난 25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 모인 한국일보문학상 심사위원 송종원(왼쪽부터) 우찬제 신수정 전성태 황예인 하성란 김현씨는 “올 한 해 출간된 국내 소설은 불안과 공포를 실존의 한 조건으로 등장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6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년간 출간된 한국 소설 중 가장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수여하는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열렸다. 심사 대상 기간 출간된 한국 소설은 모두 811편, 이 중 개정판과 앤솔로지, 청소년소설, 라이트노벨 등 장르물을 제외한 121편이 예심에 올랐다. 올해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우찬제 신수정 송종원 황예인, 소설가 하성란 전성태, 시인 김현씨는 이날 예심에서 10편을 본심 작품으로 선정했다. 기준영의 ‘이상한 정열’, 김덕희의 ‘급소’, 김사과의 ‘더 나쁜 쪽으로’,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 이유의 ‘커트’,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 정영수의 ‘애호가들’,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 조해진의 ‘빛의 호위’, 최진영의 ‘해가 지는 곳으로’(작가명 가나다순)가 본심에 진출했다.

소설을 검토한 심사위원들은 “세월호의 문학적 성과가 나온 한 해”라며 “어떤 소설을 읽어도 세월호에 대한 문제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참사 직후인 재작년만 해도 작가들이 ‘세월호’를 직접 거명했다면, 최근 소설에서는 불안과 공포를 실존의 한 조건으로 등장시킨다”며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공포, 불안을 소설화하는 작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같은 ‘현재형 사건’을 소설로 쓰면서 예전처럼 인물 간 선악구도를 명확하게 하거나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식의 공식화된 한계를 벗어난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신 평론가는 “지난 1년간 한국소설은 ‘전지적 화자’가 세계를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는 믿음이 허구가 된 시대라는 걸 보여 준다”며 “참사를 총체적으로 한눈에 파악하거나 명확한 논리로 제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 평론가는 “연작소설 혹은 화자가 수십 명씩 출몰하는 다중시점을 통해 ‘겨우 딛고 넘어가는 삶’을 그린다”고 덧붙였다. 송종원 평론가 역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상에 대한 불만을 희극적인 상황으로 연출하는 작품이 각광받았지만, 이제는 망가진 세상에서 무얼 잡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많다”고 밝혔다.

女 작가는 男 화자 쓰는 반면

男 작가의 女 화자 거의 없어

문단 내 성폭력 폭로 영향으로

‘여성 대상화’ 비난 의식한 듯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문학 작품 속 여성혐오’ 논란이 소설들에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단 내 여성혐오 논란은 지난해 10월 중순 성폭력 폭로가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이어 문학 속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달았고, 단편 ‘언니의 폐경’과 장편 ‘칼의 노래’ 등으로 ‘마초적 글쓰기’라는 비판을 받아 온 작가 김훈이 때마침 신작 ‘공터에서’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여러 문예지들이 국내 문학의 여혐과 이에 저항하는 페미니즘 문학의 경향을 앞다투어 소개하면서 기성 작가들의 글쓰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 박민정의 ‘아내들의 학교’, 강화길의 ‘다른 사람’ 등 페미니즘 소설이 쏟아졌다. 심사위원들은 이와 함께 기성 남성 작가들의 글쓰기를 주목했다. 김현 시인은 “여성 작가가 남성 화자를 쓰는 소설은 많았던 반면,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를 쓰는 소설은 올 한 해 거의 없었다”며 “여성혐오 논란 여파로 혹시라도 여성을 대상화한다는 의구심에 남성 화자를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성란 소설가는 “작가가 두려워 못 쓴다는 건 이상한 태도 같다”며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 된다. 실패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도 문학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전 세대와 다른, 다채로운 형식의 구성도 눈에 띈다는 평가다. 전성태 소설가는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는 정세랑, SF코드를 빌린 김희선의 작품이 대표적”이라며 “박민정, 강화길 등은 당대 가장 첨예한 윤리를 소설에 녹인다는 점에서 좋은 의미의 세대적 글쓰기”라고 평가했다. 수년째 이어진 여성 작가 강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본심 진출작 10명 중 8명이 여성 작가다.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을 통과한 후보작 10편의 주요 내용과 특징은 10일부터 한국일보 지면에 소개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진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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