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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달러

입력
2017.04.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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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4.12

2008년 짐바브웨 3기화폐(ZWD)로 발행된, 인류 역사상 최고 액면인 100조 달러 지폐.
2008년 짐바브웨 3기화폐(ZWD)로 발행된, 인류 역사상 최고 액면인 100조 달러 지폐.

2008년 짐바브웨 역사상 최고액권인 100조 짐바브웨 달러(ZWR)가 발행됐다. 2000년대 들어 천문학적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던 짐바브웨에서 당시 100조 달러로 할 수 있는 건 일주일 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정도였다.

1980년 짐바브웨 정부가 자국 달러를 처음 발행할 당시 미화 1달러에 대한 환율이 0.6788달러(ZWD)였다. 경제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화폐가치는 점점 추락했고, 로버트 무가베 독재정권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생긴 재정 공백을 더 많은 화폐 발행으로 메우려 했다. 2000년에는 미화 1달러에 대한 집바브웨 달러 환율은 55달러였다.

2006년 8월 1일 물가 안정을 위해 2기 화폐(ZWN)가 도입됐다. 초기에는 5달러짜리 지폐도 발행했으나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2008년 5월부터 5억, 50억, 250억, 500억 달러 지폐가 나왔다. 결국 화폐 개혁 2년 만에 1,000억 달러 지폐가 등장했다. 영국 ‘가디언’은 2008년 그 무렵(7월 24일자)“그나마 1,000억 달러 지폐도 종이 부족으로 찍어내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당시 짐바브웨에서 빵 한 덩이 가격이 2,000억 달러였다.

2008년 8월 1일 3기 화폐(ZWR)가 다시 도입됐으나 역시 2기 화폐의 전철을 밟았다. 1달러~1,000달러로 발행된 지폐는 금세 쓰레기가 됐고, 몇 달 뒤 500억 달러 지폐가 등장하더니 이어 10조, 20조, 50조, 막판에는 100조 달러 지폐가 발행됐다. 100조 짐바브웨 달러는 1946년 7월 11일 헝가리에서 발행된 1해(垓) 펭괴(pengő) 지폐의 액면가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100조 ZWR은 헝가리 지폐가 숫자 대신 문자로 인쇄한 탓에 인류 역사상 최고 숫자 지폐가 됐다. 2009년 2월 2일 4기 화폐(ZWL)는 아예 국민이 외면하는 바람에 두 달 여 만에 운명을 다했다. 최종 공식환율은 미화 1달러 당 3경5,000조ZWL이었다.

2009년 4월 12일 짐바브웨 정부는 드디어 항복을 선언하고 미화나 유로화 등을 공식 화폐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7년 뒤인 2016년 5월 짐바브웨 정부는 “경제 부흥을 위해” 자국 통화를 통화증권 형태로 부활하겠다고 선언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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