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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친서 주고받고 외무회담은 불발… 냉온 국면 그대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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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친서 주고받고 외무회담은 불발… 냉온 국면 그대로 노출

입력
2018.08.05 20:00
수정
2018.08.06 07: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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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양자회담 필요” 제안에

리용호 “대화 응할 입장 아니다”

남북 회담ㆍ북미 회담 모두 거부

도발 여파 작년에 외톨이였던 북한

한ㆍ미 빼고 12개국과 광폭 회담

북한 수행단은 한국 취재진 먼저 찾아

“잘 좀 보도해 주시라” 적극 홍보

미일 “비핵화 이전엔 제재 계속”

한미 성명엔 빠져 미묘한 입장 차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기념촬영이 끝난 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전달한 서류봉투를 열어 안쪽을 확인하고 있다. 왼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싱가포르=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4일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기념촬영이 끝난 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전달한 서류봉투를 열어 안쪽을 확인하고 있다. 왼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싱가포르=연합뉴스

4일 싱가포르에서 막을 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후속국면에서 한반도 관련국들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현주소를 몇가지 상징적 장면으로 노출했다. ARF는 남북이 동시 참가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다. 지난해 ARF 회의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을 이어간 북한에 냉랭한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남북ㆍ북미정상회담 등 최고위급 대화 직후 열리는 만큼 남북ㆍ북미 외교수장도 ARF 현장에서 마주 앉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북한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총 12개국과 접촉하는 광폭 외교전을 펼치면서도 한미 양국의 만남 제안은 거절했다. 미국도 회기 내내 ‘유엔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 ARF 현장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①성김, 트럼프→김정은 친서 전달

이번 ARF의 하이라이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수행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4일 싱가포르 ARF 회의 기념촬영 직후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가가 회색 서류봉투를 건넨 장면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약 1시간 뒤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서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세번째 친서에 대한 답서였다는 뜻이다.

서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취재진이 몰리는 시점을 택해 공개석상에서 봉투를 전달한 데에는 미국 측의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난항에도 불구하고 대화 동력은 유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스처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념촬영을 준비하는 단상에서도 리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친근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②남북ㆍ북미 양자회담은 무산

기대됐던 북미ㆍ남북 간 공식회담은 북한의 거절로 불발됐다. 폼페이오 장관에 앞서 강경화 외교장관도 3일 ARF 기념만찬장에서 리 외무상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강 장관이 별도 양자회담 필요성을 강조하자 “회담에 응할 입장이 아니다”는 리 외무상의 답변이 돌아왔다. 미국도 북측과 만날 의사를 내비쳤음에도 관련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오히려 4일 ARF 회의 연설을 통해 비핵화 협상 ‘동시ㆍ단계적 행동’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북제재 유지 ▦종전선언에서 후퇴하려는 태도 ▦9ㆍ9절 행사 고위급 대표단 초청 방해 등을 거론하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강경화 장관은 5일 외교부 기자단 브리핑에서 ‘회담에 응할 입장이 아니다’라는 리 외무상 발언에 대해선 “외교당국이 나설 때는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③북, 한미 제외 광폭 외교전

북한 대표단은 한미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는 적극 접촉하며 다자외교무대의 이점을 만끽했다. 3일 새벽 싱가포르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5일까지 중국, 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 총 12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북핵ㆍ미사일 도발로 외톨이 신세였던 지난해와 180도 다른 위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싱가포르 방문 후 6일 이란으로 이동하는 등 외교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미국과 맞서고 있는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북미 협상 국면에서 미국에 호락호락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북한의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④적극 대남홍보 “한국기자들 불러달라”

북한 당국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한국 취재진을 먼저 찾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 대표단의 강명철 수행원은 4일 ARF 회의 자유토론 세션 중 리 외무상의 연설문 사본을 배포하며 한국 기자들을 따로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조선말이 아무래도 편하시죠”라며 한글 자료를 제공한 뒤 “연설문 잘 좀 보도해주시라요”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⑤미일 성명에 담긴 ‘대북제재 유지’, 한미 성명엔 빠져

ARF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이 강경화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과 각각 회담했지만 이후 나온 북한 비핵화 관련 입장에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성명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미일 성명에서 국무부는 더 나아가 “대북 관여정책의 다음 수순에 대해 토의했다”며 “북한 비핵화 이전까지 대북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는 점에도 두 장관이 의견 일치를 이뤘다”며 대북제재를 강조했다.

싱가포르=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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