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 참패 후 ‘폐족’ 위기
노무현 서거 이후 親文 형성
대선 앞두고 세대교체론 나오면
‘젊은피’ 安지사 세력 확대 전망
“나는 친문(친문재인계)이지, 친노(친노무현계)는 아니다.”
20대 국회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에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12년 민주통합당(옛 더민주)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을 때, 당의 주류는 친노계로 통칭됐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없어도 ‘친문계’를 자처하며 문 전 대표를 돕는 의원들이 생겨난 것이다.
친노계는 당내 대통령 후보 선출 또는 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분화와 분열을 반복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전후로 형성, 대선 승리와 열린우리당 창당 등을 통해 세력을 확장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 잇단 재보선 패배와 당청 갈등에 따른 분당ㆍ통합을 거치며 분화를 거듭했다. 2007년 대선 참패 뒤에는 스스로 ‘폐족(廢族)’이라고 부를 만큼 위기를 겪었지만,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문 전 대표가 정치권에 발을 들이면서 그를 중심으로 재 집결했다.
친노계는 지난해 2ㆍ8 전대에서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친문계로 본격 재편됐다. 범친노계의 일부가 친문계로 합류했고, 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들이 20대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입성하며 인적 구성도 확장됐다. 참여정부 인사와 부산지역 친노계,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초선 등이 친문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중 초선들은 ‘더벤저스’라는 모임을 구성, 경제ㆍ외교ㆍ국방 전반에 대한 정책 공부에 열중하고 있고, 함께 영입됐으나 낙선, 낙천한 인사들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8ㆍ27 전대에 출마한 후보들이 당내 정치에 거리를 두고 있는 문 전 대표 대신 여러 갈래로 나뉜 친문계의 지지를 선점하려고 열심인 이유다.
안희정 충남지사에 주목하는 친노계도 있다. 안 지사가 차기 잠룡으로 꼽히면서 김종민 정재호 조승래 의원 등을 중심으로 친안희정 세력이 구축되고 있다. 친노계는 아니지만 안 지사에 기대를 걸고 있는 대전ㆍ충남 의원들도 적지 않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문재인 대세론’이지만, 이들은 대선후보 경선까지 세대교체론 등의 변수가 나타날 경우 상대적으로 젊고 비토 세력이 적은 안 지사의 잠재력을 더욱 높이 평가한다. 이에 대해 더민주 관계자는 “친노계 내에서도 내년 대선에 대한 전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안 지사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다면 친문재인ㆍ친안희정계로의 분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안 지사 세력의 다수가 참여정부 때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어 문 전 대표와 배타적인 관계는 아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과거 계파는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주화 등을 목적으로 형성된 응집력이 강한 ‘계보’였다”며 “지금은 계파 이름에 친박근혜, 친노무현 등 ‘친할 친(親)’자를 붙이는 것처럼 친소관계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유롭게 넘나드는 느슨한 그룹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