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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선거 70년, 금권ㆍ관권 암흑기→ 불법 만연→ 국민통합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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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선거 70년, 금권ㆍ관권 암흑기→ 불법 만연→ 국민통합의 장

입력
2018.05.1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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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로 촉발된 4ㆍ19혁명 이후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 창설

1997년 선거범죄조사권 확보

실효성 있는 제도적 틀 마련

여성후보자 의무추천제 도입 등

숱한 굴곡 속 민주주의 질적 도약

2012년부터 유권자의 날 제정

민주주의ㆍ선거 의미 되새겨

최초의 근대적 민주선거인 제헌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 1948년 5월 10일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뒤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넣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최초의 근대적 민주선거인 제헌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 1948년 5월 10일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뒤 투표용지를 기표함에 넣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대한민국의 민주선거 70년사는 숱한 굴곡 속에서도 민주주의 희망을 심화시켜 온 역사였다. 독재와 권위주의 통치, 군사정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주주의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헌정사의 곳곳에서 유권자들은 적극적인 선거ㆍ투표 참여로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공정한 선거관리를 주 임무로, 이런 시민들의 열망을 뒷받침해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또한 민주선거 70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다.

대한민국 민주선거의 뿌리는 1948년 5월 10일 치러진 제헌국회의원선거에서 시작된다. 21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최초의 보통선거였다. 국회의원 정수 300명 중 200명만 선출했다. 분단된 북측에서 ‘자유선거’를 할 수 있을 때 나머지 100명을 선출해 채우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00명만으로 구성된 제헌국회는 그 해 7월 17일 제헌헌법을 공포했다.

혁명적 변화는 1960년 3ㆍ15 부정선거로 촉발된다. 이어진 4ㆍ19민주혁명과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권력구조가 개편되고, 국회도 양원제로 탈바꿈한다. 민주주의를 제도화 하려는 노력은 1962년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창설로 이어진다. 사광옥 초대 위원장은 1964년 서슬이 퍼렇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연초 행정 각부를 돌아보는 연두순시차 선관위를 방문하려 하자 행정부의 장이 헌법상 독립기관을 방문할 수 없다고 거절하기도 했다. 선관위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앞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으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던 박 대통령이 1963년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국가 예산을 활용해 ‘하사금’이란 명목의 금품을 제공하려 하자 이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는 금권ㆍ관권선거 등이 판치는 민주선거 암흑기로 기록된다. 선관위의 직무범위가 선거절차 등을 관리하는 데 머물러 있으면서 선거부정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던 탓도 적지 않았다. 1970년대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관권선거의 연결고리와도 같았던 통ㆍ반장 등까지 선거운동 제한자 범위를 확대(1971년)하고, 선거비용 제한 및 회계보고 제도를 도입(1987년)하는 등 점진적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한계는 여전했다.

1980년대는 혼돈의 시기였다.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계기로 민주선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불법선거가 만연하는 등 부작용 또한 커졌다. 선관위는 1989년 4월 강원 동해시 국회의원 재선거에 선관위 창설 이후 처음으로 불법선거운동 단속반을 편성하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대응에 나서는 등 선거관리 정책의 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불법 행위를 근절시키진 못했다. 결국 이회창 당시 선관위원장이 선거관리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4월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4월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선거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적 틀은 1990년대 들어서야 갖춰진다. 특히 선거범죄 관련자에 대한 동행ㆍ출석 요구권 등을 포함하는 ‘선거범죄조사권’(1997년)이 선관위에 부여되면서 비로서 실효성 있는 선거관리가 가능해졌다.

민주선거를 위한 기반이 닦이면서 선거는 명실상부한 국민통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매니페스토 운동’(2006년)을 시작으로 재외선거제도 도입(2009년),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여성후보자 의무추천제 도입(2010년), 사전투표 실시(2012년), 원양어선 선원 등의 선거권 보장을 위한 선상투표제 도입 등 선관위가 중심이 돼 이끌어 낸 일련의 성과는 우리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유권자의 날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고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012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최초의 민주적 선거가 실시된 1948년 5월 10일 제헌 국회의원 총선거 일을 기념해 매년 5월 10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국민주권의 가장 중요한 실현과정인 선거와 투표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권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의미를 되새겨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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