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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명씩 피해자 양산… 보이스피싱 총책 징역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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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명씩 피해자 양산… 보이스피싱 총책 징역 12년

입력
2017.10.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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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조직 재건 못하게 장기 격리 필요”

인천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천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무실을 차려놓고 금융회사를 사칭해 피해자들을 울린 한국인 조칙 총책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정원석 판사는 사기 및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필리핀 소재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A(39)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정 판사는 또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직원 B(33)씨 등 8명에게 징역 6년~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하고, B씨 등 3명에게 2억267만원을 배상신청인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 등은 2014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필리핀 마닐라 인근 퀘존시티, 파라냐케 등에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차려놓고 금융회사를 사칭해 피해자들을 속여 4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출회사 직원을 사칭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출을 진행하려면 기존에 대출한 금액을 상환해야 하니 대출 상환금과 수수료를 보내라”라고 거짓말을 하는 등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 수수료 명목 등으로 15만~19만원 정도의 돈을 가로채는 ‘신규’ 유인책과 그 피해자들을 다시 속여 거액을 가로채는 ‘고차’ 유인책, 대포통장 모집책과 인출책, 피해금을 조직에 송금하는 송금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규 유인책은 가로챈 돈의 30%를 가져가고 신규 유인책에게 속은 피해자가 고차 유인책에게 또 피해를 당하면 신규, 고차가 각각 피해금의 10%를 가져가는 구조로 범행했다.

A씨는 조직에서 이탈하려는 유인책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억류하거나 사무실 기강을 잡는다며 길이 1m의 각목으로 조직원들의 허벅지 등을 때리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유인책으로 활동했던 한 20대 여성이 재판 출석을 앞두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반성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3월 해외로 도피하려다 공항 출국장에서 검찰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정 판사는 “피고인의 반사회적 악행으로 인해 숱한 사람들이 귀중한 재산을 잃어버린 채 지금도 신음하고 있다”라며 “피해자 숫자가 하루 평균 5명 정도에 이르거나 범죄수익의 태반을 대표가 가져간다는 공범들의 진술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사기미수 범행의 경우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이어 “고단한 환경에서도 별다른 전력이 없었던 수많은 청년들이 해외 오지의 사무실에 틀어박혀 보이스피싱을 일상적ㆍ전문적으로 일삼는 유인책이나 모집원으로 탈바꿈됐다”라며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포섭할 수 있는 범죄행위 중 가장 중한 축에 속하며 와해된 조직을 재건할 수 없도록 죄질과 범정에 상응한 장기 격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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