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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끝내 공화당 대선 후보된 ‘여성혐오자’트럼프

입력
2016.05.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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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로이터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 도널드 트럼프. 로이터 연합뉴스
17일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로이터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한 도널드 트럼프. 로이터 연합뉴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공화당 후보 자리를 예약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부동산 재벌 보다는 종잡을 수 없는 존재로 보고 있다. 워낙 앞뒤 가리지 않는 막말과 공포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트럼프가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설마’했던 공화당 사람들은 이제 우려와 공포를 넘어 수용단계에 접어들었다. 트럼프는 아직도 자신에게 냉담한 보수세력에 어필하기 위해 지명을 거부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만나 당의 승리를 다짐했고 대통령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11명의 대법관 후보 명단까지 발표했다. (기사보기☞ 무섭게 상승하는 트럼프 기세)

트럼프가 불러 일으킨 수많은 논란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뿌리깊은 여성혐오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을 비판한 여성 경쟁자들에게 혐오 발언을 퍼부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웹진 슬래이트는 ‘도널드 트럼프의 핵심 철학: 여성혐오’라는 기사를 통해 “트럼프는 천박하고 저속한 도발을 즐기는 호색적인 관심에 기반해 악명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기사보기☞ Donald Trump Hates Women)

폭스뉴스의 앵커 메간 켈리. 최근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화해'했다. AP 연합뉴스
폭스뉴스의 앵커 메간 켈리. 최근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화해'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의 관련 발언을 되짚어 보면 기겁할 만한 막말 일색이다. 지난해 8월 보수 매체인 폭스에서 중계한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여성 앵커 메간 켈리가 그의 여성 비하적 발언을 문제 삼자 트럼프는 토론 후 인터뷰에서 “켈리의 눈에 피가 흘러 내렸다”며 “그의 다른 어딘가에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마치 켈리가 생리 중이어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식의 발언이다. 그는 또 켈리를 ‘멍청한 금발 여성’이란 뜻의 ‘빔보’라고 부르며 비하하기도 했다.

다른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에 대해서는 “저 얼굴을 봐라, 저런 얼굴의 후보를 누가 뽑겠느냐”며 외보 비하 발언을 해 또다시 비판을 받았다.

19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트럼프의 모금행사를 앞두고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확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9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트럼프의 모금행사를 앞두고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확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 트럼프의 40년 여성 비하 스토리 공개

지난달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결정되자 미국의 진보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잡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 트럼프와 지난 40년간 연인, 부하직원 관계였던 여성과 지인 50여명을 인터뷰해 ‘여성혐오자’ 트럼프의 실상을 까발렸다. (기사보기☞뉴욕타임스, 트럼프의 여자들 인터뷰…‘여성 비하’ 히스토리 보도 기사 원문보기☞Crossing the Line: How Donald Trump Behaved With Women in Private)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40년 동안 직장, 파티, 모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을 비하했다. 그는 자신이 개최한 미인대회의 참가자들의 외모를 품평하며 줄 세우고, 자신의 사무실에는 무조건 예쁜 여성만 뽑았다. 또 회의 시간에 여성을 더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망해가는 NYT가 나를 강타한 기사를 썼다”며 “내가 여성들을 정중하게 대하는 것에 모두가 감명을 받았는데 NYT는 이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16일 미국 켄터키주 트란실바니아 대학에서 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6일 미국 켄터키주 트란실바니아 대학에서 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클린턴 상대로는 ‘남성 카드’ 활용해 편견 자극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에서 강력한 맞수로 꼽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할 때는 ‘남성 카드’를 십분 활용했다. 지난 2일 NYT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트럼프가 남성 특혜를 누리려고 클린턴 전 장관에게 여성특혜를 누린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보기☞ “트럼프 공공연한 여성비하 ‘믿는 구석’ 있다”)

지난달 말 클린턴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자 트럼프는 “클린턴이 남자였다면 5% 득표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클린턴이 밀어붙이는 유일한 카드가 여성”이라고 몰아 세웠다. 트럼프는 또 “멋진 것은 여성들이 클린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여성 유권자들과 클린턴을 분리하기 위한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이 통했는 지는 의문이다. CBS뉴스는 지난해 11월 전국 가상 대결에서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도 조사를 통해 클린턴 58%, 트럼프 3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히려 여성들에게 트럼프에 대한 이미지는 최악이다. 지난 4월 초 여론조사업체 갤럽 발표에 따르면 미국 여성 10명중 7명은 트럼프에게 비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트럼프는 교묘히 클린턴의 여성성을 약하다는 이미지와 연결시켜 공격했다. 그는 “힐러리는 중국 문제나 그 밖에 다른 일을 다룰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클린턴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2009년부터 4년간 국무장관으로 재직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최근 NYT의 여성 관련 기사로 더욱 수세에 몰린 트럼프는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까지 끄집어 내 흠집내기에 나섰다. 트럼프는 1999년 논란이 됐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사건을 언급하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미국 정치 역사상 최악의 여성 학대자”,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남편의 나쁜 행동을 도운 “조력자”라고 비난했다.

최근 클린턴 진영 슈퍼팩이 공개한 광고. 논란이 된 트럼프의 여성혐오 발언을 배우들이 립싱크로 연기하며 ‘여성혐오자’ 트럼프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19일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19일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는 과거의 추한 여성 혐오의 흔적”

이 같은 여성 비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상승 기세를 탄 이유는 무엇일까. 성적, 인종적으로 미국 백인 남성들에게 치우쳤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그의 남성 우월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진보 운동단체 ‘무브먼트 비전 랩’의 창립자 겸 CNN 방송 토론자인 샐리 콘은 칼럼에서 “미국 사회가 성숙하면서 여성 인권과 소수 인종 권리가 향상되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백인 남성의 남성 우월주의를 트럼프가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기사보기☞ Trump maxing out his ‘man card’)

공공연히 유색 인종 차별을 표방하는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의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는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면서 “우리는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인) ‘미국을 되돌려놓자’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안다”며 “백인 남성들을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샐리 콘은 “트럼프를 지원하는 그룹인 일부 백인 남성은 과거보다 삶이 더 나빠졌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백인 남성들이 혜택을 누리는 동안 여성과 소수민족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반동적인 유권자들 덕에 대통령이 돼도 우리는 극복하고 진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나선 미국 대선은 ‘여성 혐오’’인종 차별’등 삐뚫어진 편견과 무지와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박소영기자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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