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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월호 300일,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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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월호 300일, 우리는…

입력
2015.02.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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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일로 300일이 지났다. 고 김동혁군 어머니의 말처럼 “태어난 아이가 걸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건만, 우리 사회는 아직 그 참혹한 4월의 바다에 붙박여 있다. 아니,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잊지 않겠다”던 다짐이 누렇게 바래가는 사이, “진상규명” 외침을 폄훼하는 ‘진상’(꼴불견)들만 늘어간다. 유족들은 잊히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한다. “어쩌면 정부가 이런 걸 원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을 끌어서 관심이 사라지게 하는 거 말입니다.”(고 오영석군 아버지)

▦ 세월호 유족 13명의 육성을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지난달 발간됐다. 문장마다 갈피마다 올올이 박힌 애틋한 사연들에 가슴이 저려 와 책장을 넘기는 일조차 버겁다. “우리 가족은 건우만 잃은 게 아니에요. 건우가 꾸릴 미래의 가족 모두를 잃은 거잖아요.” 아픈 엄마에게 한없이 살가웠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줬던 아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기 위해 “아흔 살, 백 살까지 살겠다”는 노선자씨. 그는 설사 진상규명이 이뤄진다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고, 아니어야 한다고 말한다.

▦ “사회가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고 부조리하고 내 이익만 챙기는 세상인데, 엄마들이라도 아이들을 내 이익만 챙기지 않는 아이로 키웠으면 좋겠어요. … 그렇게 자식을 키우는 것이 이 투쟁의 연속이라고 봐요. … 엄마들이 먼저 깨어 있어야죠. ‘내 자식만 잘 살면 돼’라는 마음으로 아이들 키워서는 진상규명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고 봐요. 내가 죽기 전에 그런 모습을 못 보게 돼도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광화문광장을 지키고 팽목항을 향해 걷는 유족들은 제 몫의 슬픔에만 붙들려 “내 아이 살려내라” 울부짖고 있는 게 아니다. 소설가 황정은의 말처럼 “세상에 대고 있는 힘을 다해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부끄러움을 잊은 세상에서 안녕들 하신가,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가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시간으로 바꾸며 사람의 시간을 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금요일엔 돌아오렴’ 작가단 후기)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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