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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대출자들 분노... 1만2000명이 이자 25억 더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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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대출자들 분노... 1만2000명이 이자 25억 더 냈다

입력
2018.06.27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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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줄여 입력 가산금리 적용

경남은행 “전산 오류 발생” 변명

“의심 안했는데 우롱 당한 느낌”

5년간 이자 문 소비자들 격앙

소비자단체 집단소송까지 검토

“징벌적 손해배상 통한 처벌 필요”

BNK경남은행
BNK경남은행

BNK경남은행 고객 1만2,000여명이 최근 5년 간 내지 않아도 될 이자를 25억원이나 더 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신청 고객의 소득이 실제보다 낮게 입력돼 가산금리가 그 만큼 더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을’의 입장에서 항의도 하지 못한 채 오르기만 하는 이자를 말 없이 내 온 금융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경남은행은 26일 연 소득 입력 오류로 지난 5년간 취급한 가계자금대출 중 1만2,000건의 이자(약 25억원 규모)가 과다하게 수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영업점에서 가산 금리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소득이 아예 없거나 실제보다 적게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책정한 뒤 적정 이자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았다. 경남은행은 부채비율(연 소득 대비 총 대출 비율)이 250%를 초과하면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포인트를 가산금리로 부과하고 있다.

KEB하나은행(252건ㆍ1억5,800만원)과 씨티은행(27건ㆍ1,100만원)도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과다 청구해 받은 대출 이자가 있었다. KEB하나은행은 전산 시스템상 산정되는 금리를 입력하는 대신 최고금리를 적용했고, 씨티은행은 대출 담보를 제출했는데도 전산상엔 ‘담보 미제공’으로 입력돼 높은 금리가 산출됐다. 세 은행은 내달 중 과다 청구된 이자를 고객에게 환급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과 씨티은행의 오류 규모는 5,6년에 걸쳐 일어난 점을 감안할 때 실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경남은행은 단순 과실로 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기간(5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적정 수준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이 진행된데다가 대출 건수도 이 기간 집행된 전체 가계자금대출의 6%에 달해 개인이나 일부 지점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남은행은 2014년 10월 차세대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과거 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의 소득 정보가 누락됐다”며 “이 고객들이 대출 연장을 할 때 추가로 소득 정보를 받지 않고 기존 정보(소득 누락)를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산정하다 보니 오류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금융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믿고 따른 대출 고객들은 자신이 소득수준과 담보를 고려한 적정 금리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경남은행에서 25년간 거래를 해온 최모(59)씨는 "은행이 합리적으로 이자를 정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한 번도 의심을 한 적이 없었는데 완전히 우롱당한 기분"이라며 "아직 상환해야 할 대출금이 많은데 당장 다른 은행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아 더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잖다. 은행들의 가산금리 산정 기준은 항상 ‘깜깜이’인데다 설령 정보가 공개된다 하더라도 은행과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탓에 적정성을 다투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출이 급한 고객 입장에선 '갑'인 은행 앞에서 목소리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소비자단체는 피해보상 추진에 나섰다. 금융소비자원은 피해자 제보를 받아 사례를 수집한 뒤 집단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피해자들에게 우선 대출 약정서류와 이자지급 내역을 은행에 요청한 뒤 이율 산정 기준에 대해 답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은행이 산정 기준을 설명해도 대출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 당국이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해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대출금리 부당 책정 사례가 반복되는 것은 그때마다 은행들이 부당하게 받은 이자를 돌려주는 수준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라며 "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통한 강력한 처벌을 도입하고 금융기관의 자정 노력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경남은행 등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경영실태평가에서 대출 금리를 고의로 높게 산정한 것인지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고의성 여부까지 알 수는 없다”며 “이미 경남은행의 경영실태평가가 진행 중인데 고의로 높은 이자를 받은 것인지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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