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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희정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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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희정의 실험

입력
2017.02.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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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0일 발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 충남지사의 지지율은 약 두 배 오른 19%를 기록해 문재인 전 대표와 처음으로 10% 격차 안에 들어왔다. 자칫 싱거울 뻔했던 이번 대선이 다시 흥미진진해졌다. ‘문재인 대 안희정’ 구도가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국민들은 안 지사의 새로운 실험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안 지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대정신을 잘 읽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구태정치의 개혁이다. 여야가 권력과 책임을 나눠가져 더 이상 싸우지 말고 경제와 안보를 위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달라는 주문이다.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이 다소 설익은 면이 있지만 여야가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을 위한 협력과 상생을 하자는 의미로 가치가 있다. 서로 다른 정당들이 ‘협치’하자는 의미로 당선 후 기득권을 내려놓고 권력을 나누겠다는 의미이다. ‘배제’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를 실험하자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어떤 정권교체인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차기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오대근기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어떤 정권교체인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차기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오대근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진보 진영의 금기라고 볼 수 있는 안보문제에서의 우클릭은 담대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본인의 진솔한 생각인지, 전략적 접근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드 배치를 “국가 간 약속이기에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선택이다.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 또한 “신뢰할 만한 북의 변화가 있어 국제 제재가 완화되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진보 진영의 비판을 감수한 대담한 행동이다.

우리 사회를 갈라놓은 또 다른 대형이슈인 복지 쟁점에서도 대선 국면 초반에 이미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세금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와 같은 진보 진영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적 발언을 쏟아냈다. 보수 중도 유권자를 겨냥한 전략일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슈에 대해 진영에 따라 무조건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신선한 행보이다. "젊은 날에는 혁명을 하고 싶었고, 선과 악이 너무 분명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선과 악의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는 발언은 더욱 인상 깊다.

한편 문 전 대표는 대세론에 빠져 다소 의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후보 토론 회피, 언론 취재 방해 논란, 전인범 전 사령관 영입 논란 등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모습이다. 게다가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한 송영길 의원이 국민세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니 대안을 모색하자는 직언을 하자 “후보는 접니다”라고 일축했다. 대세론에 안주해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고 불필요한 권위의식에 빠진 모습이다.

안 지사가 지지율 신드롬에 빠져 검증되지 않은 지킬 수 없는 포퓰리즘성 공약을 내지 않길 바란다. 특히 대형국책사업 공약은 엄청난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국론을 분열시켜 당선되더라도 집권 내내 국정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연설하고 싶어도 약속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는 말처럼 소박하고도 진솔하게 접근한다면 대형공약이 없어도 유권자들은 지지할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경험한 국민은 대통령의 권력이 분산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주변에 비선실세에 의한 비리가 생기기 쉬워 정권이 통째로 붕괴할 수 있다. 그래서 권력을 나눠가지고 책임 또한 분산시켜야 한다. 그리하면 정권이 일순간에 무너져 경제와 외교안보를 올 스톱시키는 국정공백을 막을 수 있다. 아쉽게도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은 거의 동력을 잃은 듯하다.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의 갈등과 반목의 정치 환경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 안 지사의 화려하지 않은 언행이 눈길을 끄는 것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분권과 통합’이란 시대의 과제를 잘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담대한 실험이 정치 변화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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