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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행여나’와 ‘혹시나’

입력
2017.03.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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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는 제대로 된 언어생활을 할 수 없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낱말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어떤 낱말의 정확한 뜻을 따질 때 해당 낱말의 원 뜻을 중시할 수도 있지만, 현재 통용되는 현실 의미를 중시할 수도 있다.

치료에 (행여나,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이 약을 보낸다.

괄호 안 두 낱말 중 무엇을 써야 할까. 두 낱말의 기원이 ‘幸여나’와 ‘或是나’임을 의식하는 사람이라면, ‘행여나’든 ‘혹시나’든 별 차이가 없다는 말에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낱말을 쓰든 틀린 건 아니니 그 차이를 보란 듯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다음 예에서는 이들의 논리가 분명해질 것이다.

(행여나, 혹시나) 내가 잠이 들거든 바로 깨워라.

(행여나, 혹시나) 무슨 사고라도 생겼는지 걱정이 되었다.

‘행여나’의 행(幸)에는 행복과 행운의 의미가 있는데, 이 말을 ‘잠이 들지 않기를 바라지만 잠이 든 상황’과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고가 난 상황’을 가정하는 데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국어사전은 이들의 편이 아니다.

그들은 행여나 늦을세라 서둘러 출발했다(표준국어대사전).

어머니는 자식들이 행여나 다칠세라 늘 마음을 졸이셨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국어사전 편찬자는 언어의 변화를 경계하면서도 언어의 변화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니 사전의 풀이가 고정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이런 설명이 덧붙기도 한다. “‘혹시나’와 ‘행여나’는 대체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데 동일하게 쓰이지만, ‘행여나’의 경우는 ‘바라건대’라는 화자나 주체의 바람이라는 뜻이 덧대어 있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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