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 이란과 친선 과시, 강경파 대변 보도 부쩍 증가
이란과 달리 北 핵 보유국 천명, 이란 모델 적용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맞춰, 북한이 이란에 대해 “반제(국주의), 반미 투쟁 동맹”이라고 규정하는 등 친선관계를 강조하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공식 발표된 지난 달 18일 이후 북한 관영 매체에선 이란과 북한의 끈끈한 동맹을 과시하는 보도가 유독 눈에 띄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엔 뜬금 없이 ‘이란 원유정제공장 건설’이란 제목을 내건 사진(4월 18일)이 등장했다. 이후에도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기념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주최 연회(4월 21일), 이란 국군의 날 기념 무관 연회 개최(4월 22일) 소식을 잇따라 소개했다. 양국의 기념일을 서로 경축하며 돈독한 우애를 강조한 것이다.
북한과 이란은 1973년 4월 수교 이후 각종 협정을 맺으며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989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메네이는 2013년 이란을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 당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대해 “전 세대 수령들의 위업을 계승한 분”이라고 치켜 올리기도 했다.
특히 북한 매체는 최근 이란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 제재 움직임을 보이자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나라의 방위력 강화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이란을 두둔했다. 또 이란이 “서방의 투자에 대한 기대나 환상이 아니라 자립에 기초한 ‘저항경제’의 위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방도로 내세우고 있다”며 개혁 개방이 아닌 자주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한껏 부각시키고 있다. 2일 조선중앙통신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미국의 제재 책동을 규탄했다’고 주장하며 이란과 미국 사이 틈을 벌리는 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의 핵 협상 타결에 반발하는 이란 내 보수 강경파 세력의 논리만을 대변한 것으로, 온건파가 집권한 이란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와는 차이가 있다. 북한과 모종의 핵 미사일 기술 커넥션을 유지해온 강경파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편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하니 대통령이 한반도 핵무장을 지지하지 않으며, 한반도에서 변화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북한의 이란 붙잡기는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지난 달 초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 외무장관을 두 차례 만난 뒤 북한과 이란 외무장관이 회동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는 등 북핵 해법에 이란 모델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주목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회의적인 반응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란은 핵 실험을 하지 않았고, 북한과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 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이미 4차례의 핵실험과 헌법 명기를 통해 핵 보유국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해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이란과 핵 협상 경험이 있는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 군축 담당 특보 역시 최근 한 세미나에서 북한은 고립이 만성화돼 이란과 달리 경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고, 핵 개발을 도리어 자랑스러워 한다는 점에서 이란 협상 모델로 북한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날 대외 매체를 통해 박 대통령이 이란 대통령을 만나 북핵 압박 공조를 요청한 데 대해 “어리석은 타산”, “세상 물정 모르는 추태” 라고 비판하며, 어떠한 대외 압박에도 핵 포기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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