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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먹어도 무해? 신뢰 잃은 ‘뒷북 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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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먹어도 무해? 신뢰 잃은 ‘뒷북 식약처’

입력
2017.08.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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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 ‘늑장 발표’ 논란

아이가 하루 수십 개 먹어도

비펜트린 등 건강에 문제 없어

“좀 더 빨리 검사했어야” 지적

살충제 계란 사용 모닝빵 등

판매된 731㎏ 회수 불가능

연합뉴스
연합뉴스

식품안전당국이 ‘살충제 계란을 하루에 수십~수백 개를 한꺼번에 먹지 않는 한 무해하다’는 위해성 검사 결과를 뒤늦게 내놓았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의 늑장 발표인데다, 발표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부적합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 30만개 가량은 훈제란 등의 가공식품으로 이미 소비자에게 판매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민간 전문가(권훈정 한국독성학회 회장, 권호장 단국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검증을 받아 이런 내용을 담은 ‘살충제 검출 계란 관련 추적조사 및 위해평가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발표했다.

위해 평가 결과의 요지는 ‘살충제 성분이 유해한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 나온 검출량이면 계란을 극단적으로 많이 먹지 않는 한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연령대별로 계란을 유독 많이 먹는 사람의 계란 섭취량(섭취량 상위 2.5%)과 살충제별 최대 검출량 등을 감안해 평가 결과를 내놨는데, 피프로닐의 경우 평생 동안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연령대별로 1~2세는 하루 최대 24개, 3~6세는 38개, 그리고 성인은 127개를 한꺼번에 섭취해도 급성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펜트린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하루 최대 섭취량이 1~2세는 8개, 3~6세는 12개, 성인은 40개였다. 특히 성인의 경우 하루에 36.8개씩 평생을 섭취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피리다벤이나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은 독성이 비교적 약해 피프로닐이나 비펜트린보다 훨씬 많이 먹어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처 평가다. 단, 이런 섭취량보다 더 먹었을 때 피프로닐은 신경과 간에, 비펜트린은 신경에, 에톡사졸은 간에 각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플로페녹수론과 피리다벤은 각각 빈혈과 체중 증가속도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다고 식약처는 덧붙였다. 최근 추가로 검출된 DDT,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등에 대한 위해 평가는 추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를 두고 엇갈리는 평가가 나온다. 정성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계란 섭취량과 살충제 검출량을 모두 최대치에 가깝게 설정해 보수적인 잣대로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경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독성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럼에도 몇십개씩 먹어도 괜찮다는 것은 안일한 판단으로 보인다”면서 “식약처가 근거 자료로 제시한 것이 타당한지 의협 차원에서 검토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단체인 의사협회(18일 발표)보다도 늦은 위해성 결과 발표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식약처는 “최대 검출량 파악 등을 위해 농식품부 전수 조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을 생각한다면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여러 가지 다양한 검출량 시나리오를 토대로 좀 더 일찍 위해성 평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 말 피프로닐 등을 검사 대상 27종에 포함시킬 때부터 진작 위해성 검사를 실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 검사와 추가 보완검사 결과 전날보다 3개가 증가한 52개 농장이 부적합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또 식약처는 농식품부가 부적합 농가로 판단한 49곳(전날 기준)의 유통 단계를 추적해 판매업체 1,617개소를 조사, 계란 451만1,929개를 압류,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북 옥천군 ‘행복담기’(훈제란 26만7,800개 판매), 경기 성남시 ‘아침’(구운계란 2만8,030개 판매) 등에서는 이미 살충제 계란이 30만개 가까이 팔렸고 부산 사하구 ‘유일식품’에서도 살충제 농가 계란을 사용한 모닝빵 등 가공식품 731.5㎏이 판매돼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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