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 순경·전경으로 만나 결혼, 부부 함께 공부하며 상위 성적 유지
남편 승진하며 부인 바로 뒤따라
“순경부터 경찰 생활을 시작한 대부분의 경찰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는 생각에 한없이 기쁩니다.”
5일 경찰청 인사로 총경으로 승진하게 된 구본숙(57ㆍ여) 서울 마포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은 승진 소감을 묻자 순경 출신 경찰관들의 애환을 먼저 언급했다. 자신의 승진 소감에 앞서 전체 경찰의 95%를 차지하지만 진급이 쉽지 않은 순경 출신들을 달랜 것이다.
구 실장은 승진 소감보다 이번 인사로 경찰 창설 이래 최초로 순경 출신 부부 총경이 돼 더 화제가 됐다. 구 실장의 남편은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인 김성섭(58) 총경이다. 2011년 김 총경이 승진한 후 이번 인사에서 구 실장까지 승진해 부부가 나란히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을 달게 된 것이다.
구 실장은 1977년 여경 공채 28기로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해 첫 근무지인 경남지방경찰청에서 당시 전경으로 근무하던 김 총경을 만났다. 당시 구 실장을 처음 본 김 총경은 “제복을 입은 모습에 한 눈에 반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두 사람 모두 충남이 고향이라 정서적으로 편안했던 데다 구 실장의 고교 동기인 김 총경의 사촌 동생이 다리를 놔줘 교제를 했다. 순경과 전경으로 몰래 데이트를 하던 두 사람은 79년 김 총경이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후 2년 뒤인 81년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 부부는 휴가 때마다 항상 도서관에서 함께 격려하며 공부해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며 경위까지 승진을 이어갔다. 김 총경이 승진하면 바로 구 실장이 뒤따랐고, 남편이 나태해지면 아내가 채근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경찰 업무 특성상 부임지가 멀 때는 주말 부부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특히 김 총경이 경남 하동경찰서장으로 근무하고 구 실장이 서울 마포경찰서 경무과장으로 근무하던 2011년에는 한 달에 한 번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김 총경은 “겨우 시간을 내 아내가 내려올 때 버스터미널에서 연애할 때 기분으로 기다리고는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떨어져 지낸 시간은 부부의 거리를 멀게 하기는커녕 두 사람의 애틋함을 더울 절실하게 했다.
여경들 사이에선 자상하고 착한 선배로 통하는 구 실장은 끝까지 후배들을 떠올렸다. 그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경찰 발전을 위하고 후배들에게도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총경 부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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