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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씨, 전태풍 “명예 전주시민도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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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씨, 전태풍 “명예 전주시민도 가능할까요?”

입력
2017.06.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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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미국 애틀랜타주 그위닛 카운티 지역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태풍.
지난달 말 미국 애틀랜타주 그위닛 카운티 지역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태풍.

프로농구 전주 KCC 전태풍(37ㆍ180㎝)은 지난달 말 고향인 미국 조지아주 그위닛 카운티 지역에서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경사를 맞았다. 201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8번째 맞은 이 행사는 그위닛 카운티를 빛낸 스포츠 선수 및 지도자들이 이름을 올렸고, 버크마 고와 조지아 공대에서 농구 선수로 활약한 전태풍은 이번에 영예를 안았다. 역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고 있는 루이스 윌리엄스(휴스턴 로키츠),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제프 백커스, 2012 런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에릭 셴토 등이 있다.

명예의 전당 헌액 기념 반지를 낀 전태풍.
명예의 전당 헌액 기념 반지를 낀 전태풍.

지난 2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구단 체육관에서 본보와 만난 전태풍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기분이 저하됐는데, 12월쯤 이메일로 명예의 전당 입회식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고 다시 힘이 났다”며 “반지도 받고, 점퍼를 입고 그 무대에 서니까 정말 영예스러웠다”고 돌이켜봤다. 이어 “옛날 사진을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라왔던 고향에서 부모님과 아내, 아들,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을 받으니 자부심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전태풍은 자연스럽게 옛 추억에 젖어 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완전 애기였어요. 하나도 안 힘들었어.” 버크마고 재학시절 그는 미 전역 고교 가드 랭킹 2위로 명성을 날렸다. 1998년 당시 그위닛 카운티 지역의 한 경기 최다인 53점을 올렸고, 고교 3년간 평균 득점은 30점(29.6점)에 달했다. 또 미국 청소년 대표팀에도 발탁돼 카를로스 부저(전 LA 레이커스), 키스 보건스(전 필라델피아) 등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전태풍은 “그 때 진짜 재미있었다”면서 “인종 차별이 남아있던 학교 팀과 붙을 때는 정말 열심히 뛰어 50점도 넣고 그랬다. 학년이 낮았을 때 많이 못 이겼는데, 높아졌을 때 그 팀과의 경기는 거의 다 이겼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전태풍은 농구 명문 조지아 공대로 진학, 4년 내내 주전 포인트가드로 뛰었다. 그러나 작은 키 때문에 NBA 진출에 실패한 뒤 러시아, 프랑스, 폴란드, 크로아티아 등 유럽 리그를 활동 무대로 삼았다. 전태풍은 “키만 더 컸으면 NBA에도 도전해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열 네 살에 다 큰 것 같다. 지금 키도 그 때 키랑 똑같다”고 웃었다.

유럽 리그를 돌았던 그는 2009년 KBL 귀화 혼혈 선수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라 가능했다. 게다가 늘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어보고 싶은 마음도 강했다.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1순위로 전주 KCC의 부름을 받았다. 입단 이후 한국에 정착해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고, 그 해 귀화 시험도 통과했다. 어느덧 한국 생활 9년 차에 접어든 그는 “스물 아홉 살에 왔는데 이제 좀 있으면 마흔 살”이라며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 것을 아쉬워했다. 베테랑이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적절하게 설명해달라고 했던 전태풍은 ‘노장(老將)’이라는 단어를 들려주자 무슨 뜻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늙은 장수’라는 대답을 해주자 “맞아요. 나 노장”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전태풍이 지난 2일 경기 용인 구단 체육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인=김지섭기자
전태풍이 지난 2일 경기 용인 구단 체육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인=김지섭기자

지난 시즌 팔꿈치 수술로 5경기만 뛰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전태풍은 재활을 완벽히 끝냈다. 올해 새로 합류한 슈터 이정현(30)과 호흡을 맞출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은퇴 전까지 KCC에 남아 우승을 두 세 차례 더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2010~11시즌 KBL에서 첫 우승을 경험한 전태풍은 그 이후로 챔피언 반지를 끼지 못했다.

전태풍은 “몸 상태는 노 프로블럼(No Problemㆍ아무 문제 없다)”이라며 “이렇게 큰 수술을 처음 받았는데 처음에는 왼쪽 몸 부위 전체가 다 아팠다. 지금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다 하고 슈팅도 쏜다”고 설명했다. 이정현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해서는 “슛 찬스가 생기면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선수”라며 “안드레 에밋과 공존하는 문제를 두고 많은 얘기들이 나오지만 내가 이들을 잘 조율해야 하고, 해낼 자신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5억4,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전태풍은 올해 연봉 삭감이 불가피하다. 팔꿈치 부상 탓에 경기를 뛰지 못한 데다가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인 보수 총액 9억2,000만원을 받는 이정현의 합류로 팀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다. 전태풍은 “디스 이즈 라이프(This is Lifeㆍ이게 인생이다)”라며 “아쉽지만 다시 잘하면 된다. 좋은 멤버들과 우승도 함께하면 더 기쁜 일도 생길 수 있다”라고 ‘쿨’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은퇴 전까지 여기에서 우승 많이 하면 명예 전주시민 같은 것도 가능할까요”라고 반문한 뒤 “성을 전주 전씨라고 어필해볼까 하는데”라며 미소를 지었다.

용인=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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