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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결과보다 중요한 과정

입력
2016.12.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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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의료소송은 진료나 수술 도중 의료진의 과실로 좋지 못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환자 측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모든 의료사고가 의료소송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의료사고와 관련한 소송은 유난히 그 과정이 어렵고 소송 기간도 길다. 사람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적 판단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지치게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의사가 의료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것일까.

세계적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블링크-첫 2초의 힘’에서 ‘고소당할 의사 알아내는 법’을 소개한다. 글래드웰은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의사가 환자와 법적 다툼을 벌일 확률은 의사가 얼마나 큰 과실을 범했는지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대부분 소송을 제기하는 환자들은 의사와의 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을 때, 즉 의사가 환자에게 우월감을 나타내는 등 환자와 의사 관계에 균열이 생길 때 법 절차를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글래드웰은 환자들에게 2번 이상 고소당한 의사와 반대로 환자와 원만한 관계를 끝까지 유지한 의사들을 관찰한 결과, 둘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대화법’에 있으며 의사 진료시간에도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가 발견한 의사들 진료시간 차이는 평균 3분. 즉, 3분간만 더 적극적으로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도 의료소송 당할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똑같은 결과(환자의 사망이나 추가적인 상처)가 발생했음에도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으면서 신뢰를 쌓아왔던 환자나 환자가족들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의사에 대해 원망을 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불친절한 진료를 했던 의사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지인 중에 의학전문기자가 있는데, 그도 이와 비슷한 말을 전해줬다. 종합병원에서 흉부외과는 환자들이 생을 마감하는 곳으로 악명 높다. 다른 곳에서 진료하다 제일 마지막 처치는 흉부외과에서 하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흉부외과 과장치고 환자 가족들에게 멱살 한 번 잡혀보지 않거나 소송 한 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단다. 하지만 그 기자가 알고 있는 모 종합병원 A 흉부외과 과장은 환자가 사망해도 절대 이의제기나 소송을 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환자가 위급 상황이 되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때, A 과장은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시키지 않고 자신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담당한다고 한다. 보통 10분에서 15분 정도 소생술을 시행하는데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대부분 의사는 포기한다. 환자 가족들도 15분 정도까지는 마음을 졸이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포기한다. 그런데도 A 과장은 15분에서 그치지 않고 30분간까지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그 추가 15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A과장의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아,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시는구나’. 돌아가신 가족은 최대한의 조치를 다 받은 것으로 생각하기에 별다른 원망을 갖지 않는다. 다른 흉부외과 과장들은 ‘어차피 저 환자는 내가 심폐소생술을 한다 해서 달라질 것 없어.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야’라는 생각으로 자신은 그 환자에게 가지 않고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내려보낸다.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보지만 환자는 사망한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한다. 환자 가족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데 주치의가 나와 보지도 않아”라는 억하심정을 가지고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여러 민원도 제기한다는 것.

똑같은 결과가 발생해도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우리는 이미 보고 느낀 바 있다.

불행한 결과는 피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고, 그 이후에라도 관련자들을 보듬는 책임자의 자세가 아쉬었음을….

조우성 변호사ㆍ기업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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