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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찢남’ 웹툰작가들, 예능을 접수하다

입력
2016.08.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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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 조석 등 스타 작가

무한도전, 런닝맨 등 속속 출연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고정

외모 평범해도 저마다 개성 뚜렷

트렌드 밝고 아이디어도 풍부

“전에 보지 못한 신선한 캐릭터”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 작가가 웹툰 ‘복학왕’을 마감하고 있다. MBC 제공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 작가가 웹툰 ‘복학왕’을 마감하고 있다. MBC 제공

요즘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 대세다. MBC 드라마 ‘W’에서 만화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웹툰 캐릭터 강철(이종석)처럼, 만화 밖으로 튀어나온 웹툰작가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하고 있다. 한때 높은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스타와 셰프에 이어 최근에는 웹툰작가들이 방송가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대표주자는 기안84다. 누적조회수 5억회에다 26주 동안 네이버 인기 웹툰 1위를 기록한 ‘패션왕’의 작가다. ‘복학왕’을 연재하고 있는 기안84는 웹툰 담당자의 마감 압박에 시달리고 독자들의 댓글에 일희일비하는 일상을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해 화제가 된 이후 고정 출연까지 꿰찼다. 동네 만화방과 오락실에서 여가를 보내다가도 창작의 고통에 머리를 쥐어뜯는 웃기고도 서글픈 모습에 시청자들의 호감 어린 반응이 쏟아졌다.

‘이말년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이말년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인터넷 생방송에 참여해 단숨에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마음의 소리’의 작가 조석은 특급 게스트만 출연할 수 있다는 SBS ‘런닝맨’에 2번이나 출연했다.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작가 박태준도 케이블 채널 K-STAR의 예능프로그램 ‘함부로 배우하게’에서 활약 중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한발 더 나아가 ‘릴레이툰’이라는 주제로 웹툰 창작에 도전했다. 기안84와 이말년을 비롯해 ‘미생’의 윤태호, ‘신과 함께’의 주호민, ‘조선왕조실톡’ 의 무적핑크, ‘선천적 얼간이들’의 가스파드 등 여섯 명의 웹툰작가와 멤버들이 짝을 이뤄 매주 새로운 웹툰을 연재했다.

‘이말년 시리즈’의 작가 이말년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다. MBC 제공
‘이말년 시리즈’의 작가 이말년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했다. MBC 제공

웹툰만큼 웃긴 독창적 캐릭터

웹툰작가들은 전문 방송인이 아님에도 방송 센스가 좋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한두 명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폭넓게 적용되는 평가다. 방송사 예능 PD들은 웹툰작가들의 엔터테이너적 성향과 기질을 첫 손에 꼽는다. 시즌2까지 방영된 MBC에브리원 ‘툰드라쇼’의 경우 웹툰작가의 아이디어로 제작한 콩트형 드라마를 선보였는데, 기안84와 무적핑크는 자신의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툰드라쇼’의 이순옥 PD는 “작가들이 생활연기를 꽤 잘하고 예능감도 좋아서 촬영 당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 “외모는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해서 방송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웹툰작가들의 개성과 독창성은 웹툰 장르의 특성에 기반한다. 실시간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다 보니 트렌드에 밝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이 PD는 “웹툰에서 보여준 작가들의 독특한 유머감각과 기발한 발상이 방송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색다른 웃음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은 결국 캐릭터 싸움인데 웹툰만큼 개성 있는 웹툰작가들은 이전에 보지 못한 신선한 캐릭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웹툰작가의 예능 진출은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려는 방송가의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예능인을 배출하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하락세이고 가수들은 아이돌 시스템 안에 속해 있다 보니 새 얼굴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나 혼자 산다’의 최행호 PD는 “서브컬처의 마이너 감성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으면서 웹툰작가들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며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은 유명인이면서 비연예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고 있다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최 PD는 “작가들도 방송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를 접하면서 시야가 넓어져 창작활동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웹툰, 대중문화 중심부로 진입

최근 방송에서 보여준 웹툰작가들의 활약은 웹툰이 대중문화계 전반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증명한다.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으로서 웹툰은 대중문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미생’은 드라마로 제작돼 신드롬을 낳았고, ‘내부자들’은 영화로 만들어져 900만 관객을 모았다. 강풀 작가의 경우 ‘순정만화’ ‘이웃사람’ ‘26년’ ‘바보’ 등 발표된 작품 대다수가 영화화됐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과 ‘동네 변호사 조들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는 원작자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엔 대중문화의 범위를 따질 때 영화와 방송만 포함하고 만화는 따로 분리된 장르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웹툰이 어떤 장르보다도 대중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웹툰작가들의 인기는 웹툰이 대중문화에 기여한 몫이 자연스럽게 작가들에게로 분배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웹툰의 대중적 지지가 탄탄하고 콘텐츠가 무궁무진한 만큼 향후 웹툰작가들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거라는 전망이다. 네이버와 다음, 레진코믹스, 카카오페이지 등에 연재 중인 웹툰의 수는 1,200편이 훌쩍 넘고, 네이버 웹툰의 하루 이용자수만 600만명에 이른다. 웹툰이 창출하는 총시장 규모는 지난해 4,200억원(KT경제경영연구소)으로 조사됐다. 웹툰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들이다. 웹툰 분야에서 새롭게 찾아낼 원석들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정 평론가는 “웹툰은 향후 대중문화의 중심부로 더 깊이 들어올 거라 본다”며 “웹툰의 저변이 넓은 만큼 더 많은 작가들이 방송을 통해 발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평론가는 “윤태호 작가가 방송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멘토 역할을 하고 기안84가 발랄하고 엉뚱한 면모로 젊은 세대에 호응을 얻듯, 작가들의 역할이 방송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윤태호(왼쪽부터)와 주호민, 무적핑크, 이말년, 기안84, 가스파드가 MBC ‘무한도전’ 릴레이툰에 참여해 웃고 있다. MBC 제공
윤태호(왼쪽부터)와 주호민, 무적핑크, 이말년, 기안84, 가스파드가 MBC ‘무한도전’ 릴레이툰에 참여해 웃고 있다.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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