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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고의 기적…1호 프로 김철호 “우리를 우습게 보는 시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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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고의 기적…1호 프로 김철호 “우리를 우습게 보는 시선에...”

입력
2017.09.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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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에 지명 받은 율곡고 창단 1호 프로 선수 김철호. NC 제공
NC에 지명 받은 율곡고 창단 1호 프로 선수 김철호. NC 제공

경기 파주 법원읍에 위치한 율곡고 야구부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달 막을 내린 제45회 봉황대기에서 명문 팀들을 잇달아 누르고 창단 4년 만에 전국대회 첫 4강의 기쁨을 누렸다. 2014년부터 주말리그에 참가한 신생 팀이 이처럼 빠르게 4강에 오른 것은 고교야구계에서 극히 보기 드문 일이다.

4강 신화를 이룬 율곡고는 내친김에 11일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1호 프로 선수도 배출했다. 내야수 김철호(18)가 NC에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부름을 받았다.

창단 첫 프로 선수가 나오자 율곡고는 축제 분위기다. 문용수(46) 율곡고 감독은 12일 본보와 통화에서 “전날 (김)철호와 악수하고 진하게 포옹했다”며 “수십 통의 축하 전화를 받을 만큼 경사가 났고, 학교에 1호 프로 선수 배출을 이뤄낸 플래카드도 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 재능중 시절부터 문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김철호는 지난해 제물포고에서 율곡고로 전학을 갔다. 2학년 때 성적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올해 전국대회에서 타율 0.418(91타수 38안타) 1홈런 24타점 8도루의 기록을 남겼다. 팀도 황금사자기 16강, 대통령배 8강 그리고 봉황대기 4강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율곡고 비상의 중심에 섰던 유격수 김철호는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예상보다 높은 지명을 받아 기쁘다”며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2학년까지 잘 못 쳤는데 올해 좋은 기록을 냈다”면서 “팀 최초 프로 선수라 더 영광스럽고 학교 이름도 걸려 있어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든다”고 밝혔다.

지난 8월3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5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 충암고와 율곡고 경기에서 4회말 율곡고 김철호가 2루타를 치고 세이프되고 있다. 류효진기자
지난 8월3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5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 충암고와 율곡고 경기에서 4회말 율곡고 김철호가 2루타를 치고 세이프되고 있다. 류효진기자

김철호의 장점은 정교한 타격과 강한 어깨다. 양후승 NC 스카우트 팀장은 “타격에 재능이 있고, 수비할 때 어깨도 좋다”며 “어떤 의미나 스토리를 보고 뽑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을 보고 선발했다. 팀의 미래를 밝힐 선수”라고 설명했다. 김철호도 “방망이로 인정을 받은 것 같다”면서 “수비 시 발을 쓰는 풋워크 동작을 앞으로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스스로를 진단했다.

김철호는 프로에 갔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이 마음에 걸렸다. 이전 학교에서 부족한 실력 탓에 좌절하고, 기회를 잡지 못해 절망한 선수들이 꿈을 펼치기 위해 전학을 와서 모인 야구부로 올해 화려한 비상을 이뤘지만 이번에 프로 지명을 받은 선수는 김철호가 유일했다. 에이스 김범수(3년)도 프로 팀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외면 받았다. 문 감독은 “범수가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김철호는 “대회에 나가면 우리를 우습게 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그럴 때마다 ‘실력으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동료들과 힘을 냈다”며 “동료들도 더 많이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와 그 때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닮고 싶은 선수로 넥센 내야수 서건창을 꼽은 김철호는 “신고 선수로 들어가 밑에서부터 어렵게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간 점을 배우고 싶다”면서 “학교 이름을 걸고 열심히 해 최대한 빨리 1군에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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